상단영역

본문영역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세종시 연동면 회혼례식 화제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세종시 연동면 회혼례식 화제

  • 기자명 이주은 기자
  • 입력 2021.11.02 17:06
  • 수정 2022.10.26 11:20
  • 1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시 연동면 예순 돌 맞은 두 쌍의 노부부 회혼례식 개최
아흔을 바라보는 부부 회혼례, ‘평생 보기 힘든 귀한 예식’에 박수 세례

혼인 예순돌을 맞아 회혼례의 주인공인 된 허종행(89)·김종화(88) 부부. 이들 부부는 "이 나이에 전통혼례를 다시 하고 복 받았다"며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주은 기자
혼인 예순돌을 맞아 회혼례의 주인공인 된 허종행(89)·김종화(88) 부부. 이들 부부는 "이 나이에 전통혼례를 다시 하고 복 받았다"며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주은 기자

[뉴스더원=이주은 기자]  “첫날밤 잘 보내라. 아니 둘째 밤인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농담에 좌중이 모두 웃음바다에 빠졌다. 첫날밤과 혼인이라, 이건 분명 결혼식인데 뭔가 이상하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회혼례’는 금시초문?

지난달 31일 세종시 연동면 향토문화유산 제39호인 육영재에서 열린 회혼례식 현장. 혼례는 흔히 들어봤지만, 회혼례는 익숙하지 않은 예식이다.

회혼례는 유교적인 예속으로 부부가 결혼한 지 60주년을 기념하는 예식이다. 수명이 짧은 예전에는 그렇게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물었고, 집안에 슬픈 일 없이 부부 금실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없는 행사에 속한다.

이렇게 귀한 행사기 때문에 연동면 동네 어르신들도 모두 진귀한 구경 동참에 나섰다.

한 어르신은 “무탈하게 60년을 함께 살아야 회혼례를 할 수 있어서 10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잔치”라며 “나도 회혼례식을 치르고 싶은데 남편이 병원에 있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동면 어르신들이 회혼례 구경을 위해 참석하고 있는 모습. 주민들은 "이 좋은 구경을 어떻게 놓칠수가 있냐. 평생에 한번 보기도 힘든 귀한 잔치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이주은 기자
연동면 어르신들이 회혼례 구경을 위해 참석하고 있는 모습. 주민들은 "이 좋은 구경을 어떻게 놓칠수가 있냐. 평생에 한번 보기도 힘든 귀한 잔치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이주은 기자

이날 회혼례는 허종행(89)·김종화(88) 부부와 장벽순(88)·홍종영(88) 부부의 결혼 60주년을 축하하는 전통 회혼례 예식으로 치러졌다.

허종행·김종화 부부는 “이 나이에 연지곤지가 쑥스럽긴 하지만 자식들 앞에서 60년을 함께 산 세월을 돌아보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로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3남 2녀의 자녀 부부와 손자·손녀들이 함께해 마치 젊은 선남선녀 결혼식 못지않게 꽃다발과 인사를 전하는 모습은 축하를 넘어 60년의 세월을 오롯이 견뎌낸 감동까지 선사했다.

허종행·김종화 부부 회혼례식에 참석한 가족들의 모습. ⓒ이주은 기자
허종행·김종화 부부 회혼례식에 참석한 가족들의 모습. ⓒ이주은 기자

2남 9녀 11명의 자녀를 둔 장벽순·홍종영 부부는 “60여 년을 어떻게 살았나 싶어 눈물이 난다”며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는데 다시 새신랑, 새신부가 되니 잘살아왔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두 부부는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다. 늙은 우리에게 언제 이런 날이 오겠냐. 좋은 행사를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소회를 밝혔다.

11명의 자녀를 둔 장벽순·홍종영 부부가 회혼례식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새신랑, 새신부가 된 것 같이 설렌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주은 기자
11명의 자녀를 둔 장벽순·홍종영 부부가 회혼례식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새신랑, 새신부가 된 것 같이 설렌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주은 기자

두 부부에게 감동의 회혼례식을 선사한 중심에는 우리의 옛 문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관심에서 시작됐다.

세종시 1호 문화재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주목을 받은 인앤인연구소의 윤선희 대표가 그 주인공으로, 평소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전통혼례와 회혼례식을 결합해 세종시 대표 문화 콘텐츠를 만들었다.

윤선희 대표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점차 옅어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며 “전통혼례와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례식이 많이 알려져 우리의 귀한 전통이 계속 계승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윤선희 인앤인연구소 대표(뒤쪽 좌측)와 이춘희 세종시장이 회혼례식 후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주은 기자
윤선희 인앤인연구소 대표(뒤쪽 좌측)와 이춘희 세종시장이 회혼례식 후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주은 기자

백 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진귀한 잔치인 회혼례가 세종시에서만도 여러 차례 열린 것은 모두 그의 정성과 노력으로 이뤄졌다. 시민들에게 입소문이 퍼져 노부모의 회혼례식 예약이 벌써 내년까지 꽉 찬 상태다.

이 같은 흔치 않은 잔치에 주말에도 불구하고 홍성국 의원(세종시 갑), 강준현 의원(세종시 을), 이춘희 세종시장도 하객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홍성국 의원(뒤쪽 좌측)과 이춘희 세종시장(가운데), 강준현 의원(우측)도 회혼례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주은 기자
홍성국 의원(뒤쪽 좌측)과 이춘희 세종시장(가운데), 강준현 의원(우측)도 회혼례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주은 기자

이춘희 시장은 “저는 결혼한 지 어느덧 42주년이 됐다. 회혼례 하기는 아직 멀었지만, 세종시에서 이런 뜻깊은 행사가 있어 너무 뿌듯하다. 귀한 행사가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60년 해로의 궤적을 전한 아름다운 노부부의 회혼례식. 부부의 사랑에 아름다운 우리 전통의 향기가 어우러져 세종을 넘어 이제 전국 방방곡곡으로 그 깊이가 전해지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정길순 2021-11-03 11:02:07
인앤인윤선희 소장님 감사합니다. 이춘희 시장님 강준현의원님 홍성국의원님 처음 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 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식적 참여가 아닌 진정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주 멋진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