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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이 문화 픽.업가이드] 송구영신(送舊迎新) 생각하자

[장두이 문화 픽.업가이드] 송구영신(送舊迎新) 생각하자

  • 기자명 장두이 기자
  • 입력 2021.12.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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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더원=장두이 기자] 다사다난이 아니라, 천신만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해가 서서히 저물어간다. 새해는 나아지려나.....?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에 ‘힐링’이 하나의 라이프 용어가 됐다.
음악을 듣건, 
여행을 통해 좋은 명승 경치를 보건, 
조용히 집에서 책 한 권을 읽건, 
‘멍’ 때리고 앉아 힐링 테마 동영상을 보건......

기자는 엊그제 오후, 저물어 가는 2021년 한해를 고즈너기 한번 생각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11월 1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1 미터도 안 되는 두 개의 ‘반가 사유상’ 불상을 보기 위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1 미터도 안 되는 두 개의 ‘반가 사유상’(사진=장두이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1 미터도 안 되는 두 개의 ‘반가 사유상’(사진=장두이 기자)

우선 어려운 용어, 반.가.사.유.
반가(半跏)는 ‘오른 발을 왼쪽 무릎 위에 얹는다.’
사유(思惟)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뭘 생각하는 걸까?>

이런 반가사유상을 표현한 불상은 전 세계 70점 정도.
그중 이번에 전시된 국보 78호와 83호는 역대 최고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더욱이 최고 불상 두 개를 동시에 전시하는 건 이번이 네 번째로 매우 귀한 기회. 
78호의 높이는 83.2cm. 무게는 37.6kg.
83호는 높이 93.5cm. 무게 112.2kg이다.

두 불상은 밀랍주조법으로 제작됐는데, 밀랍으로 조각을 한 다음, 청동 쇳물로 완성했다. 일본도 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주로 녹나무 목조로 만들어 전해져 오고 있다. 

두 불상은 안타깝게도 출토지가 정확치 않고, 대략 신라와 고구려 혹은 백제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최고의 불상이 우리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감격스럽다. 

78호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보관하고 있었고, 83호는 1912년 순종이 서울 고미술상에게 2600원 주고 구입했다는 뒷 얘기가 전해져 우리 문화재 보존과 유실에 대한 묘한 여운을 남겨줄 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야심찬 기획으로 이런 ‘사유의 방’을 최욱 건축가와 손잡고 마치 소극장에서 작품을 관람하듯 정교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빼어나게 연출해 냈다. 
난 오랫동안 두 불상을 응시했다.
은은한 미소.
모나리자의 미소? 감히 누가 우리 두 불상 앞에 견줄 수 있단 말인가?
 
두 불상의 미소.
어디서 본 듯도 하여라. 
어머니? 사촌 누이? 이웃 집 소년? 아주머니? 엊그제 길가에서 마주쳤던 이름모를 여인?......

절로 마음이 흔건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게 힐링 아닌가?
78호가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숙이고, 가즈런히 뜬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유에 잠겨있고, 83호는 통통한 볼살이 탐스럽게, 연신 천진난만한 미소로 보듬으며 이심전심 내 마음의 상흔을 알고 있는 듯 느껴졌다.

중국 불가에선 반가사유상은 ‘고오타마 싯달타’라고 칭하는데, 우리는 ‘미륵’상이라고 보통 말한다. 미륵이 장차 부처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보살이니, 부처가 되어 중생의 번뇌를 구제할 생각으로 저런 자태에 미소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보물 중의 유물을 가진 우리 민족이다. 작은 나라지만, 우주를 품고 교화시킬 수 있는 리더쉽에 에너지를 가진 민족이다.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게 어려운 지금.....
조용히 평정심을 갖게 해줄 힐링을 찾고자 한다?
그럼 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을 만나보시라. 
거기에 하나의 답이 있음이다.     

누구보다 이 전시엔 대권주자들이 조용히 명상과 참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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