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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시인, 10년만에 세번째 시집 출간...'다정한 사물들'

김혜영 시인, 10년만에 세번째 시집 출간...'다정한 사물들'

  • 기자명 윤장섭 기자
  • 입력 2022.01.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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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난골의 2021년 시인수첩 시인선 49번의 책

김혜영 시인
김혜영 시인

[뉴스더원=윤장섭 기자] 김혜영 시인의 시집 '다정한 사물들'이 출간됐다.  ㈜여우난골의 2021년 시인수첩 시인선 49번의 책이다.

김혜영 시인은 1997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후 줄곧 모던한 시를 발표하면서 시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와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두 권의 시집을 상재하였다.

이번에 김혜영 시인이 출간한 시집 '다정한 사물들'은 저자가 10년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이다. 김혜영 시인은 시집뿐만 아니라 두 권의 평론집과 두권의 산문집도 출간했다. 평론집은 '메두사의 거울'과 '분열된 주체와 무의식'이다. 산문집으로는 '아나키스트의 애인'과 '천사를 만나는 비밀'을 출간했다.

사진= 김혜영 시인의 시집 '다정한 사물들'
사진= 김혜영 시인의 시집 '다정한 사물들'

시, 평론, 산문 등 다방면에 예술적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혜영 시인은 2010년 ‘제 8회 애지문학상’을 수상했고,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에 선정되었다. 이번 시집은 현대인의 무의식과 사랑에 대한 얘기로 독자들과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김혜영 시인의 시집 '다정한 사물들'은 후기 산업사회에서 사물화 되어가는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과 포스트휴먼이 도래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불안과 고독을 묘사하면서, 정치적인 비판 의식을 성적 이미지를 통해 말하고 있다. 김혜영 시인은 또 자본이 우선시 되어 인간이 사물화 되어가는 현상을 여러 시적인 상황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특히 시인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불안과 소외의식을 느끼는 소시민들의 감정을 현대적 감각적으로 전달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김혜영 시인의 시는 낯설다. 단지 새롭게 쓰려는 낯설게 하기의 의도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상징 질서에 복속하는 자아와 소망하는 자아가 만드는 간격이나 내면과 꿈의 언어가 기술하는 이미지가 새롭고 기괴하다.

그는 '욕조의 마네킹'의 시편처럼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금을 만들고, 서로 다른 사물의 이미지를 병치하고 치환한다. 또한 주관적 감정으로부터 도피하는 주지적인 시적 태도를 일관하는데, 이는 서정적 자아보다 페르소나의 변주를 선호하는 발화로 나타난다.

시인은 자아를 드러내기보다 숨기거나 감추는 시법을 선호한다. 그래서 일인칭 경험적 자아를 따라 시를 읽는 관습에 익숙한 독자를 당혹하게 만든다. 시편을 따라 읽으면서 시인의 의식 지향과 변화의 지평을 찾으려는 비평의 기획을 차단한다. 반서정주의가 가져다주는 곤경이라 하겠다.

김혜영 시인이 그려낸 이미지들은 어긋나 있다. 이는 사물이 유기적인 연속성과 동일성 속에서 존재한다는 생각과 거리가 있다.

김혜영은 이질적이고 반대되는 사물의 공존과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변화, 단절, 부정이라는 현대사회의 양상에 상응하는 미메시스이다. 자기부정의 방식으로 표출되는 현대성은 이미지의 병치와 치환, 그로테스크, 아이러니, 알레고리와 같이 주지적인 양식을 동반한다. 

김혜영 시인은 현실과 상상을 가로질러 현대적인 새로움의 이면을 해부하고 압류되고 있는 미래를 염려한다. 그가 지닌 어긋남의 감각은 ‘맹그로브 숲’과 같은 어떤 실재의 세계에 당도하려는 강렬한 부정의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을 뒤집는 오랜 전통을 생각하면서 진정한 새로움의 가치를 생각한다. 어긋나면서 다시 서로 결합하는 의미의 열린 지평을 개진함으로써, 김혜영의 시학은 현금의 시단에서 중요한 개성임에 틀림이 없다. 

(구모룡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한편 김혜영 시인은 1966년 경남 고성의 배둔리에서 출생했다. 대학 진학 후 수녀원 기숙사에서 안나 수녀를 만나 영세를 받았다. 이어 박사학위를 받은 뒤  숭산 큰스님의 제자인 미국인 무심 스님을 만나 참선의 세계를 배웠다.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에서 고백파 시의 창시자인 로버트 로월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김혜영 시인 시집 '다정한 사물들' 중에서 대표적인 시 한편을 소개한다. 

2부 64P에 수록된 <유리병의 감정>시다. 

거미가 유리병에 그린 스케치는
무채색이지, 검정이거나, 회색이거나, 
가끔 색깔이 없어 편안해 

거미는 가볍게 지나가고 
유리 표면에 상처는 남기지 않지

손가락은 유리병을 쓰다듬고  
검은 혀가 건네는 밀어   
소름이 돋는 오후의 식탁     

물빛 그리워 수국은 축 늘어지고
넝쿨장미는 시들고
구멍 난 신발이 젖었어 

해무가 번지는 바닷가에서 
빨간 맨드라미는 
식탁에서 일어난 사건을 훔쳐본다   

해변에 널브러진 조개껍질에 
얼룩덜룩 빛이 반사되고
거미는 유리병의 감정을 모른다   

아, 유리에 실금이 번져요

거미의 입에서 나온 흰 빛이 
유리병 뚜껑 위로 쏟아져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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