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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여 백제문화제 축제 속 숨은 ‘명장’을 찾아라 

[기획] 부여 백제문화제 축제 속 숨은 ‘명장’을 찾아라 

  • 기자명 김은지 기자
  • 입력 2022.10.05 15:29
  • 수정 2022.10.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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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여주시 도예명장 3호 박광천씨와 홍보 원정대가 떴다
유상기법 등 국내 특허 보유…전통과 창조의 귀결 '안테나'도 '마요네즈 통'도 있다
친절한 큐레이터와 함께하면 재미는 '덤'

부여 구드래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68회 백제문화제 행사에 참여한 여주시 도예명장 3호 박광천 명장이 접시에 모란을 그려 보이고 있다. (김은지 기자)
부여 구드래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68회 백제문화제 행사에 참여한 여주시 도예명장 3호 박광천 명장이 접시에 모란을 그려 보이고 있다. (김은지 기자)

[뉴스더원=김은지 기자] 화려하게 막을 연 제68회 백제문화제 속에 숨은 명장이 있다.

축제장 한켠 홍보부스 천막 안. 노랑색 물감이 접시 위로 떨궈졌다. “모란을 그릴 겁니다.” 한 번의 터치로 활짝 핀 모란꽃이 접시 위로 피어올랐다. 이어 눈 깜짝할 새에 봉오리가 맺히고 꽃잎들이 낱낱이 떨어졌다.

축제가 시작된 지난 1일 오전, 여주의 도예명장 박광천씨가 붓을 들자 방문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신기한 눈으로 구경에 나선 사람들은 어느새 명장의 붓과 함께 호흡을 맞춰나갔다.

명장을 지켜보던 한 방문객이 “부여에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네요”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여주의 남자. 태어나고 자라며 40여 년 이곳에서 도예 외길을 걸어온 그는 문화재 화공 164호 이인호 선생을 사사했다. 한국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잇는 동시에 새로운 기법을 창조하고 도자기 발전에 빛을 내며 2008년 여주시 도예명장 3호로 선정, 지역의 명예를 높이고 있다.

여주에서도 도자기축제가 한창이었지만, 박광천 명장은 공방(전원도예연구소)을 함께 이끄는 도예가들과 부여로 발길을 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꽁꽁 잠겨있던 축제의 빗장이 풀리면서 여주 도자기축제와 백제문화제 기간이 맞물렸지만 박 명장은 여주 축제를 마다하고 부여를 선택한 것.

자신의 도자기에 직접 그림을 그리며 도공이자 화공인 박광천 명장의 이야기 보따리를 부여 백제문화제 축제 현장에서 풀어놨다.

박 명장의 ‘부여’ 선택은 ‘신의 한 수’. 지역을 홍보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 '미소 도깨비' 도자기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백제문화제 축제장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김은지 기자)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 '미소 도깨비' 도자기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백제문화제 축제장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김은지 기자)
선명한 눈, 하늘로 치솟은 뾰족한 귀, 공처럼 동그란 몸체를 뽐내고 있는 '미소 도깨비'의 웃고 있는 입은 도자기 곡선에 반사되는 빛을 따라 보여지므로 현장에 가야 그 진가를 엿볼 수 있다. (김은지 기자)
선명한 눈, 하늘로 치솟은 뾰족한 귀, 공처럼 동그란 몸체를 뽐내고 있는 '미소 도깨비'의 웃고 있는 입은 도자기 곡선에 반사되는 빛을 따라 보여지므로 현장에 가야 그 진가를 엿볼 수 있다. (김은지 기자)
라디오의 안테나와 마요네즈 통으로 상감을 잡아 만들어 낸 작품. 동글동글 입체적인 매화꽃이 생생히 표현됐다. (김은지 기자)
라디오의 안테나와 마요네즈 통으로 상감을 잡아 만들어 낸 작품. 동글동글 입체적인 매화꽃이 생생히 표현됐다. (김은지 기자)

홍보원정에 합류한 친절한 도자기 작품 설명가 최성근 큐레이터는 “부여가 나에게 맞다. 부여가 좋다”를 연신 외쳤다. 어떤 포인트에서 어울린다(?)는 말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올라간 입꼬리에서 어림짐작됐다.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도자기에 관한 스토리를 소개하고 재미있게 설명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최 큐레이터가 “도깨비의 표정이 어때 보이나요?”라며 기자에게 기습 질문을 던졌다. 선명한 눈, 하늘로 치솟은 뾰족한 귀, 공처럼 동그란 몸체, 좁다란 입구는 보였지만 도깨비 입이 보이지 않아 표정을 도통 알 수 없었다.

진열된 ‘도깨비 모양 도자기’를 반대로 돌리자 보이지 않던 도깨비 입이 도자기 곡선에 반사되는 빛을 따라 웃고 있었다.

알고 보면 더 탐이 나는 ‘미소 도깨비’.  

최 큐레이터는 박 명장이 도깨비 모양 도자기를 완성하고 또 디자인 특허를 내기까지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깨비의 눈은 달마의 눈에서 시작됐다. 박 명장은 작은 단지에 달마를 그리기 위해 분장 기법으로 눈을 우선 그렸고 눈만 있는 모습이 재밌어 보여 축제에 전시해 놓았다고 한다.

축제 기간 중 지나가던 한 아이가 ‘저기 도깨비 있어’라며 엄마를 이끌고 왔고 여기서 ‘도깨비’의 영감을 얻어 후에 귀를 달기 시작한 것. 이어 도자기 곡선을 따라 웃는 모습을 완성하며 ‘미소 도깨비’가 탄생됐다는 일화다. 아이의 눈은 천진했고, 미소 도깨비도 덩달아 천진한 작품이 돼버렸다. 
 
이밖에도 박 명장의 신선한 도자기 스토리는 꽤나 무궁무진하다. 기존의 성형과 초벌, 그림, 유약, 굽기 순 과정의 틀을 깨고 유약을 바른 뒤 그림을 그려 생동감은 물론 더 깊이 있는 표현이 가능한 ‘국내 최초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박 명장의 유약 위로 그림 그리는 기법은 안료의 배합법을 수차례 연구하고 굽는 온도를 찾아낸 끝에 완성됐다. 

도예명장 박광천씨의 뒤를 이어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박수동씨가 도자기 물레시연을 펼치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김은지 기자)
도예명장 박광천씨의 뒤를 이어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박수동씨가 도자기 물레시연을 펼치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김은지 기자)

박 명장은 지난해 완성된 첫 작품을 밖에 놔뒀더니 나비가 날아들어 꽃 그림 위 여기저기를 한참 헤매다 갔다고 했다.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인 꽃 표현에 나비도 깜빡 속고 말았다. 나비를 속인 것 같아 괜시리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명장의 손기술에 더해 큐레이터의 친절한 작품 설명은 축제장을 찾은 이들을 매료시키기엔 충분했다. 

마요네즈 통과 라디오 안테나를 이용한 입체기법, 스타킹의 신축성을 이용한 기법, 곡선 반사 기법, 펄 유약 기술 등 박 명장의 손기술에 따라 빚고 빛을 발해 전통과 창조가 귀결된다.

“죽을 때까지 연구하고 개발하고 만들 것이다. 선조들을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통과 창조로 21세기 최고의 명작을 빚어놓고 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그의 말에는 겸손과 실력을 겸비한 명장의 기품이 느껴졌다.

박광천 도예명장이 이끄는 도자기 홍보 원정대(전원도예연구소)는 오는 10일까지 부여 구드레 일원에서 펼쳐지는 ‘제68회 백제문화제’ 여정을 함께할 예정이다. 청명한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며 백제의 물결 따라 축제를 즐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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