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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 손 놓지 않을게요”

[기고] “그 손 놓지 않을게요”

  • 기자명 뉴스더원
  • 입력 2021.04.01 13:18
  • 수정 2021.12.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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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삼산경찰서 부개파출소 윤승희 순경
인천 삼산경찰서 부개파출소 윤승희 순경

[뉴스더원] 지난 3월30일 저녁 7시경 치매에 걸린 80대 할머니가 없어졌다는 112신고가 부개파출소로 접수되었다. 신고자는 할머니가 집을 나간지 1시간째 귀가하지 않고 있으며 치매로 인해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 아닌지 찾고 싶지만 60대인 자신 또한 장애로 걸을 수 없다며 울먹이며 도움을 호소하였다.

연락처를 묻자 휴대전화도, 할머니를 찍은 사진도 없다고 했다. 단지 85세의 고령에 백발이며 걸음걸이가 조금 불편하다는 것 뿐. 받아 적은 인상착의를 전 직원이 공유하는 즉시 팀을 나누어 한팀은 순찰차로, 다른 한팀은 도보 2개조로 나뉘어 할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사건처리를 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에 잘 알고 있다. 봄이라지만 밤에는 한겨울처럼 매섭다는 걸.

시간이 더 늦어지면 고령의 할머니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그녀를 찾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단지 3가지 단서 ‘고령, 백발, 거동이 불편하심’을 주문처럼 외우며 우리는 할머니 집으로부터 시작해 동선을 추적해갔다.

부개동 상가 일대와 빌라 단지, 주택가로부터 떨어진 외진 곳 등을 다니며 혹시나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할머니가 있는지 ‘매의 눈’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한시간여.

불이 꺼진 부개동 한 상가 앞, 어둠속에 앉아 있는 자그마한 체구의 백발이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하 찾았구나’ 재빨리 다가가 할머니의 손부터 덥썩 잡았다. ‘할머니, ○○사시는 ○○맞으시죠? 할머니가 끄덕이자 안도감과 함께 다리의 힘이 풀리며 할머니를 잡은 내손에는 더 꼭 힘이 들어갔다.

순찰차를 이용해 할머니를 보호자에게 무사히 인계하였고 주소지, 연락처 등을 적은 목걸이를 착용할 것도 일러 주었다.

치안유지를 위해 주취자들과 밤새 씨름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출인을 찾기 위해 하얗게 밤을 지새며 만월산을 수색하기도 하는 우리 파출소 경찰에게 ‘민중의 지팡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는 왠지 낮설다.

그저 그들이 어려움 속에 도움을 요청할 때 손 꼭 잡아주는 따뜻한 경찰이고 싶은 우리는 대한민국의 경찰, 인천 삼산경찰서 부개파출소 경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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