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기대 져버렸던 光化門 대목수와 공수처의 수사력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기대 져버렸던 光化門 대목수와 공수처의 수사력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1.11.02 00:00
  • 수정 2022.10.25 20:0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광화문(光化門)의 현판을 박정희 대통령이 쓴 한글로 할 것이냐, 당초의 한자로 복원하느냐로 논란이 뜨겁던 2008년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현판에 쓰인 나무가 3개월이 못 돼 균열이 생긴 것이다.

현판에 쓰인 나무는 금강송으로 10년이 지나도 속은 마르지 않는다는 것인데 결국 제대로 말리지 않은 것을 썼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물론 대목수(大木手), 또는 도편수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목수 세계에서는 ‘대목수’라고 하면 황제 대접을 받을 만큼 기술과 경력이 뛰어난 존재다.

대궐이나 큰 절의 대웅전, 웅장한 한옥 같은 우리의 전통 건물을 쇠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도 훌륭하게 짓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사용할 나무의 성질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광화문 현판의 목재가 제대로 말려졌는지 판독을 못 했다면 그건 대목수로서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 복원을 총책임졌던 대목수 신모씨는 여기서 실수를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강원도 양양에서 벌채해온 금강송 36그루 중 4그루를 빼돌리고 다른 소나무로 바꿔치기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 당시 금액으로 금강송 4그루라면 6000만 원 정도였다니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가 자주 여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논란 끝에 공수처가 출발했을 때 이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검찰이 보여줬던 어설픈 수사 솜씨를 뛰어넘는 수사력은 물론 정치적 중립성도 보여주리라 기대했었다.

말하자면 일반 목수보다는 뛰어난 솜씨로 멋진 건물을 지어내는 대목수 같은 존재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기대를 가졌던 사람들은 속 깊이 마르지 않은 목재도 판별해 내지 못한 광화문 공사 대목수에게서 느꼈던 실망감을 갖지 않을까 걱정이다.

공수처에 대해 처음으로 실망을 안겨준 것은 이성윤을 면담하면서 공수처에서 관용차를 제공하는가 하면 차를 바꿔타기 하는 등 ‘007’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장면이 TV에 그대로 노출되면서였다.

‘저렇게 하고서 엄격한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런가 하면 국민들이 관심을 가졌던 공수처 1호 사건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으로 발표되면서 ‘김이 빠졌다’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공수처가 친여 쪽에도 공평하게 수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잡은 제1호가 겨우 ‘해직교사 특별채용’이냐는 것이다. 대포로 참새 잡는 것으로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수처 제1호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됨으로써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고 말았다.

소위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에 대한 직권남용혐의로 공수처가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기각해버린 것이다

이에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가 기각된 바 있는데 손 검사를 불러 조사도 않고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밝혀져 법조계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구속영장 내용을 보면 일반 검사의 수준을 뛰어넘는 공수처 검사들이 작성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에도 의심을 갖게 했다. 제1호 사건, 제1호 구속영장 모두 서투른 솜씨를 보인 공수처―우리는 공수처가 대목수들이 모인 조직으로서 국민에게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신뢰를 안겨주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