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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화의 하프타임] 골프 황제의 귀환

[박달화의 하프타임] 골프 황제의 귀환

  • 기자명 박달화 기자
  • 입력 2021.12.24 00:00
  • 수정 2021.12.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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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화 인천취재본부 국장
박달화 인천취재본부 국장

[뉴스더원=박달화 기자]  필자가 아는 지인이 수년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미국에서 지내던 중 우연히 PGA(미국 남자프로골프협회) 대회에 갤러리로 대회를 직관할 기회가 있었다.

오래전에 타이거 우즈가 여성 문제로 구설에 오른 뒤 슬럼프를 겪다가 잠시 반등(2012년 3승, 2013년 5승)했었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다시 슬럼프를 겪고 있던 터라 ‘이제 우즈의 시대는 갔다’는 혹평까지 나오던 시기라고 했다.

어쨌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PGA 무대에서 스타 선수들의 거친 호흡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를 맞이한 지인은 경기를 보며 엄청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고 했다. 아무리 새로운 챔피언이 나오고, 우즈의 성적이 곤두박질처도 모든 구름 관중은 타이거를 보기 위해 그 값비싼 티켓을 구매한다는 것을...

대회가 열리던 사흘 내내 갤러리 대부분은 타이거 우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때로는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것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 듯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차량 전복사고도 이겨낸 타이거의 집념

타이거 우즈 이야기가 세상에 다시 큰 화젯거리가 된 시기는 10개월 전인 지난 2월이었다. 우즈는 앞서 2019년 4월에는 마스터스에서도 정상에 올라 무려 11년 만에 통산 15번째 메이저 우승도 일궜다.

이어 그해 10월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PGA 조조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라, PGA투어 통산 우승 타이기록(82번째)을 세우는 등 제2의 전성기가 이어질 무렵인 2021년 2월. 갑자기 그의 자동차 전복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우즈는 당시 LA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 대회는 제네시스가 후원하고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대회였다.

후원사가 제공한 승용차가 전복되는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절단할 위기까지 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때 그의 골프 인생이 끝났다고 믿었다. 골프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상적인 일상생활까지 의심받을 만큼 엄청난 사고였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 주말(미국시간 19일 새벽) 기적처럼 골프장으로 돌아왔다. 아들 찰리 우즈(12)와 함께 출전한 PGA 챔피언스 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아들과 첫날 10언더파를 합작하며 건재를 과시했다.(최종 25언더파로 준우승)

국·내외 모든 언론들은 그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리고 우즈가 엄청난 부상을 딛고 일어서 다시 예전처럼 300야드가 넘는 드리이버샷을 날렸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 주인공이 타이거 우즈였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우즈는 대회 첫날 주최 측이 제공한 카트를 이용해 홀 간을 이동했고 예전처럼 파워 있는 제 스윙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했다. 또 16번 홀에서는 티샷을 한 후 다리가 불편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우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카트 없이 72홀을 돌아야 하는 PGA투어 대회 출전은 아직 한참 걸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게는 외계인 DNA가 있다

그럼도 불구하고 그의 이번 복귀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이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스캔들과 세기의 이혼, 그리고 4번의 수술 등으로 이루어진 앞선 9번의 복귀와는 그 차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선지 유명 골프 매체 골프다이제스트(GD)가 현지시간 18일 인터넷판을 통해 뉴스메이커 TOP 25(연례 기사)를 발표했는데, 1위에 자동차 전복사고 이후 올해 처음 골프채를 잡은 타이거 우즈의 복귀 기사를 올렸다. PGA 챔피언십 우승자도, U.S 오픈 우승자도 아직까지 그의 천부적 스타성을 따라갈 수 없음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의 천부적 스타성을 입증한 예는 아이러니하게도 올 2월 끔찍한 차량 전복사고를 당한 직후 일어나기도 했다. 그가 사고 당시 탔던 승용차(대회 주최 측 제공)가 국내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80이었는데, 우즈의 전복사고 이후 오히려 차량의 안전성이 부각 되며 미국시장에서 올 상반기 최고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현대차로서는 우즈 덕에 어부지리로 광고 혜택(?)을 톡톡히 본 경우다.

이와 때를 같이해 타이거 우즈를 주인공으로 영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타이거 우즈 아이콘’이 새해 1월 6일 공식 개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를 보도한 기자는 “세상을 뒤바꾼 골프 신동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문화적 아이콘이 되기까지 그의 일대기를 그려낸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1975년생인 우즈는 내년이면 만 47세가 된다. 3년 후엔 PGA 시니어 투어에도 참가할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 그에게 아직도 이렇듯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카리스마는 과연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의 스탠퍼드 대학교 동문이자 골프해설가로 유명한 노타 비게이 3세의 말에서 어렴풋이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외계인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체적인 면 이외에도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도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이 남다르니까요”  

황제의 경이로운 귀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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