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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한풀이 선거판 ― 어찌할까?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한풀이 선거판 ― 어찌할까?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4.03.26 10:40
  • 수정 2024.03.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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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판소리 명창과 민속 무용가로 인간문화재였던 공옥진 여사가 생전에 미국에 가서 순회공연을 했다.

공연은 미국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그의 곱사춤―사팔뜨기처럼 튀어나온 눈과 몸 전체를 쥐어짜듯 추는 춤은 관중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눈물을 흘리는 관중도 있었다.

현지 언론도 큰 관심을 가졌고 한국인의 ‘한(恨)’이라는 특별한 문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수많은 전란, 찌들대로 찌든 빈곤, 그리고 끝없이 전개되는 당쟁… 이런 것들이 뼛속 깊이 스며들어 만들어진 한의 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 민속에 유달리 ‘굿’이 많았던 것도 ‘한의 문화’라고 해석한다.

전라도 ‘씻김굿’, 서울 지역의 ‘지노귀굿’, 경상도의 ‘오구굿’, 이런 민속은 모두 죽은 자의 한을 풀어줌으로써 좋은 세상에 들어가라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특별나게 교육열이 높은 것도 ‘한 문화’의 탓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자식들만이라도 배워서 잘 살라고…

특히 ‘한 문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하나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빈곤에서 벗어나 잘 살아보자는 한풀이가 경제발전의 정신적 에너지가 됐다는 것.

그러나 피를 보는 당쟁의 한풀이는 보복의 악순환만 가져왔지, 역사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구한말까지 벌어졌던 당쟁은 국가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지 않았는가?

4·10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2일 22대 국회 첫 번째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국 대표의 이 발표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정치에 깊이 박혀 있는 ‘한의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방탄’을 위한 창당과 출마라는 세간의 비평을 받고 있는데 22대 첫 작품이 개인적 복수를 위한 입법이 아니냐는 것.

‘내로남불’의 화신처럼 되었던 조 대표가 개인적 한풀이로 비쳐지는 1호 입법 예고는 21세기 한국 정치는 여전히 연산군, 광해군 시대의 사색당파 정치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물론 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독재정권 조기 종식과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며 “여러 범죄 의혹에도 제대로 된 수사조차 받지 않았던 검찰 독재의 황태자, 국민의 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하게 수사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옛날 그 잔혹했던 사색당파 싸움에서도 어느 당파든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웠지만, 등 뒤에는 무서운 복수의 칼을 품고 있었다. 임금의 계모가 상복을 1년 입느냐, 3년 입느냐, 시시콜콜한 논쟁이 피를 보는 당쟁이 되는 것도 그런 것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판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15일 지금 우리나라는 ‘심리적 내란 상태’라고 했다.

‘심리적’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내란 상태’라는 것은 당쟁보다 더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벌어지는 내란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대표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누가 도덕적으로, 또는 실정법상 옳고 그르냐는 싸움이 아니라 진영 싸움에 빠져 있다. 어느 진영이 죽느냐, 사느냐는 것이다.

야권에서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조기 퇴출이니 하는 발언 등, 탄핵을 암시하는 것도 진영 싸움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니 여·야가 아무리 천지개벽하는 공약을 내걸어도 그런 것보다는 어느 편이 살고, 어느 편이 죽느냐, ‘한풀이’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한의 문화’는 멈추지 않는다. 한풀이 정치, 보복의 정치는 나라를 거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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