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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미국인은 트럼프를 ‘슈퍼맨’으로 생각할까?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미국인은 트럼프를 ‘슈퍼맨’으로 생각할까?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4.03.12 11:00
  • 수정 2024.03.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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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미국은 베트남전에서 5만 8,000명의 젊은이들을 희생시켰으면서도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세계 2차 대전에서 전승의 거인으로 등장한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1979년 11월에는 이란의 미 대사관이 이란 혁명주의자들에게 점령되어 50명 미국인들이 2년 가까이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 데다 인질 구출을 위해 비밀 특수부대를 파견했으나 도중에 실패함으로써 미군 8명의 목숨만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미국인들이 테러를 당하는 등 미국의 자존심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사건이 이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큼직한 세단차를 좋아하던 미국의 승용차들이 작은 것으로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으며 음식도 짠맛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데다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져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 도중하차하자 정치권은 방향 감각을 잃었고 국민들은 미국의 정의와 윤리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미국을 지탱해온 청교도 정신이 사라지는 위기를 맞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여 사기가 위축되었을 때 영화 ‘슈퍼맨’과 ‘람보’가 등장하여 미국인들을 환호하게 했다. 불가능한 것이 없을 정도로 적을 무찌르고 불태워버리는 그 대담한 도전과 초전박살의 통쾌함.

거기에다 주인공들은 나약한 미남이 아니라 근육질이 바윗덩이 같은 사나이의 모습이 미국인들을 열광시켰다.

이때 나타난 것이 레이건 대통령이다.

‘람보’ 같은 거구에 불꽃 같은 연설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대통령으로 연거푸 당선시켰으며, 실제로 그는 외교는 물론 노동조합 등 국내 문제에도 단호한 조치들을 취했다.

지금 트럼프가 레이건의 길을 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텍사스를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날 텍사스를 방문했는데 이를 두고 미국 언론은 ‘국경에서의 결투’로 이름 붙였다.

그만큼 이민 문제가 미국 대선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순찰대를 만나 격려하면서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에 대해 국경 통제에 필요한 예산 통과를 요구한 반면, 트럼프는 직접 철조망까지 둘러보며 “미국은 지금 살인·마약 같은 범죄가 창궐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이든 이민 정책 때문이다”라고 공격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최소 9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들을 취임 첫날 모두 추방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때마침 20대 남성 불법 이민자가 조지아주에서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미국인 여대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 전 미국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이 강경 발언은 호응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민 정책이 강경한 것은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미국의 경제, 특히 높은 물가에 국민들의 불만이 잠재해 있고 백인 우월주의, ‘미국 제일주의’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이다.

벌써 30대 이하 젊은 세대는 백인의 숫자가 이민 세대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내심 인종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에 취임하면 그날 즉시 900만 명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트럼프의 큰 소리에 백인들은 속으로 박수를 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핵 위협을 하는 북한 김정은에 대해서도 호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NATO에 대해서도 미군 주둔비를 더 지불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유럽 NATO 회원국들이 반발하지만, 트럼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관세의 벽도 높이겠다는 ‘미국 제일주의’의 트럼프 ― 그의 대통령 당선 전망이 높은 만큼 우리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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