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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청와대 비서관, 문자를 쏘다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청와대 비서관, 문자를 쏘다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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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이낙연을 믿었던 □□을 찍지 마라’ 지난주 끝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많은 의원들이 이와 같은 문자를 수없이 받았다고 한다. 엄청난 물량과 자극적 내용 때문에 가히 폭탄급.

대선 전에는 강성 친문이 문자의 주력 부대인 데 반해 대선 후는 이재명 지지 세력, 이른바 ‘친명’이 주력 부대가 되었다고 한다.

민주당 5선 의원인 이상민 의원도 최근 문자폭탄의 대상이 되어 홍역을 치렀다. 이 의원이 한 방송에 나가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것은 ‘섣부르다’며 본인을 위해 지금은 쉬는 것이 좋다고 했다가 이재명 지지 세력으로부터 무수히 공격을 받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MB(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라고 했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풀어내시고 퇴임하시는 게 보기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그러면 국민의힘으로 당을 옮겨라’는 등 수많은 문자폭탄을 받았다.

이처럼 문자폭탄을 맞고 휘청거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 PD, 배우, 작가 등 가리지 않고 자기의 생각에 조금만 벗어나도 문자를 날린다. 문자의 내용도 날이 갈수록 감각적이며 강도가 세어진다. 그야말로 문자 ‘좀비’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의사표현의 애교로 생각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인간만이 향유하는 ‘문자’라는 존재가 너무 혹사당하는 느낌이다. 정말 보이지 않는 얼굴로 뒤에 숨어 쏘는 문자폭탄은 그 파괴력이 대단하다. 아무래도 이런 폭탄을 맞으면 개인의 생각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반문명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청와대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윤석열 당선인 측이 청와대를 들어가지 않고 새 집무실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비서관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지만 그 신분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입장이다 보니 폭탄급 문자가 아닐 수 없다.

탁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걸어서 57초, 뛰면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청와대)를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냐’며 누가 봐도 윤 대통령 당선인 측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이 있자 이 글은 삭제됐지만 앞서 박경미 대변인이 대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울음을 터뜨린 것과 연관 지어 비서관들의 처신을 두고 논란이 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라는 분위기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는 주장이 있어 관심을 끈다. 풍수지리에 밝은 서울대 최창조 명예교수는 청와대 터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곳 환경이 그렇게 권위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신비스럽기까지 한 북악산 아래 15만 장의 푸른 기와 지붕, 웅장한 집무실, 붉은 카페트가 깔린 계단과 통로… 그래서 어떤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는 도중 너무 긴장하여 오줌을 지렸다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쓴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순기능을 하지 않고 역기능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비서관 신분에 대통령 당선인 측을 향해 ‘안 쓸 거면…’하는 식의 문자를 던질 수도 있고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충격적 사건도 발생한다.

결국 역대 많은 대통령들이 겪은 불행도 청와대의 이와 같은 분위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 또한 새 대통령 당선인이 씻어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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