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미국의 GM을 꺾고 판매 1위를 달성했다. 거의 10년 만의 일이다.
도요타는 그동안 기술적으로 뛰어난 엔진과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으며 특히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냈었다.
그런데 2010년에 이른바 ‘도요타 리콜’ 사태로 위기를 맞고 오랫동안 몸살을 앓았다. 도요타가 미국에 판매한 자동차보다 더 많은 230만 대 이상을 리콜했으니 회사가 망할 위기를 맞은 것이다.
무엇이 이처럼 공룡처럼 거대한 도요타를 위기로 몰아넣었던가? 그것은 다름 아닌 가속페달이라는 아주 작은 부품에서 비롯되었다.
2000에서 4000개 정도의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 엔진의 조직—그 가운데 조그만 위치에 불과한 가속페달 하나가 그렇게 큰 조직을 멈추게 한 것이다.
지난해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요소수 파동’도 마찬가지다. 그 요소수 한 병을 구하지 못해 화물 자동차 기사들이 고초를 겪었고,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차들이 출동할 수 없는 상황 직전까지 갔었다. 물류대란은 물론이다.
평소에는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던 존재가 어느 한순간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교과서적 논리로는 입법, 행정, 사법, 이렇게 정부는 3부로 나뉘어 있다고 했다. 그러다 언론의 영향력이 커지자 언론을 제4부로 하더니 이제는 시민단체를 제5부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노동단체 역시 국가를 움직이는 권력으로 등장했으며 노동의 한 부분이지만 택배노조의 경우, 자칫 물류대란을 가져올 수도 있는 위력으로 성장했다.
얼마 전 정계 지도자와 몇 사람이 우리의 미래 권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언론 권력이 우리의 미래를 움직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고, 국회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주주의가 계속 발전해오면서 그만큼 국회가 입법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검찰 권력, 노동 권력, 시민단체 권력 등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대체적으로 국회 권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우리 눈앞에 전개되는 국회 권력과 검찰 권력의 충돌만 봐도 그렇다. 국회의장 중재안이 받아들여져 파국을 면했지만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자마자 소위 ‘검수완박’이라는 검찰개혁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 등 이재명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입법 쿠데타’라며 강력 반발했지만 180석 가까운 거인에 맞설 수가 없는 노릇.
그런데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의 야당 몫으로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둔갑시키는 기상천외한 편법까지 동원했다. 완전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무엇이 이리도 다급했을까?
바로 이것이 국회 권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렇게 국회 권력을 검찰이 70년 동안 행사하던 수사권을 단숨에 뺏어버리기도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보듯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도 자리에서 축출할 수 있다.
사실 과거 자유당 정권 때도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말고는 국회가 무소불능의 권력을 휘두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국회가 만능의 힘을 가졌을까?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는 그럴지 모른다.
이번 ‘검수완박’을 둘러싼 국회 권력과 검찰 권력의 충돌에서도 얼핏 국회 권력의 승리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보라. 여야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 벌써 그 합의문에 균열이 생기지 않는가. 국회 권력간 ‘야합’ ‘국민분노‘ … 등등 규탄의 파열음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이다.
국회 권력과 검찰 권력의 게임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 역시 ’국민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