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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서울이 최고야?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서울이 최고야?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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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지방에 있으면서도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의 CEO를 만나 애로사항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의 이야기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요즘 신입사원을 뽑는데 우수한 인재가 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급여도 서울 소재 대기업 사원에 못지않고 여러 가지 후생 복지 제도를 제공하는 데도 우수 인재가 지방 기업을 외면한다는 것.

심지어 지방대학 졸업생들도 지방의 기업을 기피하고 월급이 적더라도 서울에 있는 기업체로 간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의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지방에 있는 대학을 외면하고 서울 소재 대학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방에 있는 역사 깊은 국립대학의 몇몇 과는 신입생 모집에 정원 미달 사태까지 발생하는 것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서울에 있는 대학을 제외하고 85개 지방 대학들이 신입생을 못 채워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심지어 성적과 관계없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는 데도 학생들이 오지 않는 대학이 14곳이나 되지만 여전히 정원 미달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도 원인이지만 그러나 지방과는 달리 수도권 대학들은 평균 14.3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음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보통 문제가 아니다.

세종시가 처음 출발할 때 세종시의 인구를 늘리고 서울의 인구 과밀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서울대를 옮겨 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미국의 하버드대, 그리고 MIT 같은 명문대학들이 지방에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천안과 조치원 등 서울 인근 지역에 유명 대학들이 분교를 차렸으나 그 지역 인구 증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통학버스를 이용하여 서울에서 통학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 지방에 있는 서울 소재 대학들의 운동장에 가득 주차되어 있는 통학버스들을 보면 ‘역시 젊은이들의 삶은 서울이구나’ 하는 생각을 실감한다.

그래서 서울대가 지방에 내려오면 또 하나의 지방대학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왜 젊은이들은 이렇게 서울을 좋아할까?

영국의 권위 있는 EIU(이코노미스트 계열 분석기관)가 매년 건강, 보건, 안전성, 교육 등 5개 항목 30개 지표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평가하는데 2010년대 중반까지는 서울이 50위권을 유지하다가 올해는 세계 172개 도시 중 68위로 뚝 떨어졌다. 경제 강국 10위권에 올라있는 한국의 수도 서울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젊은이들이 서울을 동경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전에 사는 A군은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전국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 상도 타는 등 열심히 가수의 꿈을 닦으며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창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가수로 뜨지 못하고 빚만 진 채 가수의 길을 포기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가 살았으면 톱 가수도 될 수 있었을 텐데…’하며 후회했다.

가요계를 움직이는 인맥, 그들과의 인간적 네트워크, 그리고 꼭 필요한 정보는 서울에 있더라며 지방에서 실력만 믿고 가수가 되려 했던 자신을 후회했다.

어디 A군의 무너진 가수의 꿈뿐이겠는가.

경제, 사회, 정치, 매스컴, 예술, 학원… 모든 것이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서울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행 같은 대중의 흐름을 거부하고 자신들 개성에 따라 패션과 음악을 즐기는 이른바 힙스터(Hipster)로 세계적 명물이 된 홍대거리 역시 젊은이들에게 서울을 동경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이태원 좁은 공간에서 할로윈 축제를 즐기다 참변을 당한 젊은 영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지방에 있어도 가수가 되고, AI시대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홍대 거리 같은 젊은이들의 창의적 문화가 숨 쉬는 장소를 지방 도시에서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은 지방 도시가 돼야 건강한 국가가 되지 않겠는가.

선진국 가운데 우리 서울처럼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나라는 없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역설적으로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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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CEO #지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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