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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대통령의 힘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대통령의 힘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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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 사상 초유의 IMF 사태로 곤혹을 겪는 가운데 아들 김현철 씨마저 비리에 관련되어 구속됐다.

구속이 집행되는 날 아버지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을 향해 “내가 힘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현철 씨가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며 집권 초기부터 금융실명제 실시, 군 하나회 해체 등 강력한 개혁정책을 밀어붙였던 김영삼 대통령이지만 막상 아들의 비리 문제에는 힘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 대통령 제도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며 권력의 집중화를 비판하지만 막상 대통령의 권력은 때로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초에 광우병 파동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고초를 겪었다.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좌파들의 광우병 괴담에 포위되어 국정 추진에 동력을 잃었으며 심지어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미국의 한 목축장에서 주저앉은 소를 TV에 비추며 광우병이 원인이라고 하고, 한국인은 유전자 특성상 93% 이상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있으며 머리에 구멍이 송송 뚫려 죽는다는 등. 그런가 하면 어떤 연예인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털어 넣겠다’고까지 선동을 했다. 정말 광우병 괴담은 완전 선동 수준이었다.

이 모든 괴담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것은 이미 106일 동안 98만 명이 동원된 촛불집회가 광풍처럼 지나간 뒤였고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맥이 빠지게 한 후였다.

지난 12월 19일 오후에는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서 중·고생 20여 명이 모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외치는 집회가 있었다.

어린 학생들 입에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것도 그렇거니와 이 행사를 부추기는 좌파 단체가 ‘집회 참석하면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준다’는 거짓 선동은 충격이기보다 슬픔을 가져다주었다. ‘교복 입고 모여라!’ ― 어떻게 순진한 우리 중고생들을 이런 방법으로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

최근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화물연대는 ‘주유소 기름을 바닥내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 역시 조국 사태 때 촛불시위를 하며 ‘우리가 조국이다’라고 외친 것만큼 섬뜩한 선동이다.

화물연대 소속 유조차들은 11월 24일부터 운행을 중단하고 있는데 주유소에 기름을 배달하지 못 하게 하고 화물연대 소속 차량은 기름을 가득 채워 주유소 기름을 바닥내자는 것이다.

그러면 애꿎은 국민들도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고 선량한 국민이 파업의 인질이 되는 것이다. ‘주유소 기름 바닥내라’는 선동 ― 그래도 대통령은 힘이 없다.

그렇게 괴담과 선동은 무언의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심지어 좌파들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6·25 북한 남침도 묘한 언어로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천안함 폭침,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에도 기다렸다는 듯 선동적 괴담을 생산해낸다.

그러니 이태원 참사 사건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정치투쟁의 마당이 되어주지 않겠는가?

사실 윤석열 정부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어느 보수정권보다 더 불리한 역경에 놓여있다. 괴담, 가짜 뉴스 이외에 절대다수의 의회 권력에 포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말 힘을 쓸 수가 없다.

대통령 취임 6개월 동안 77건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단 1건도 처리해주지 않았고 ‘부자감세’라는 이유로 종합부동산세 인하를 위한 감세 법안,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예산을 비롯 결정적 새해 예산을 칼질을 당해도 그 169석의 장벽 앞에 힘을 쓸 수가 없는 형편이다.

특히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는 지난번 방한했던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미래 에너지 수요에 큰 기대를 모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 정책이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윤석열표’냐, ‘이재명표’냐에 따라 국회권력은 춤을 춘다. 그래서 이번 예산도 민주당안이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힘이 없으면 외롭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래서 외로운 정부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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