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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콩은 콩인데 못 먹는 콩은?

[황환택의 頂門一針] 콩은 콩인데 못 먹는 콩은?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3.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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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콩은 콩인데 못 먹는 콩은?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했던 수수께끼 중 하나다. 60대 이상만 기억할 이 수수께끼의 답은 베트콩이다. 

먹지 못하는 콩인 베트콩(베트남어: Việt Cộng)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베트남 공화국 정권을 전복하고 베트남을 통일한 베트남의 마르크스-레닌주의 게릴라 조직이다. 

문제 하나 더 내자.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가장 많이 거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지난해 수출한 금액은 609억8000만 달러, 수입액은 267억2000만 달러다. 무역흑자가 한화로 무려 43조 원이다. 이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한민족은 해양과 대륙 사이에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숙명으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 등 수없이 많은 침략과 전쟁을 겪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역사도 말 그대로 전쟁의 역사다. 한나라 무제의 침공으로 중국의 1000년 지배를 당했고 몽골제국의 침략을 세 차례나 당했다. 

하지만 늘 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압도적 화력을 지난 프랑스는 정글에서 튀어나오는 베트남군에 55일 만에 손을 든다. 거기에 더해 세계 최강자 미국의 최첨단 무기에 대항하여 쓰라린 패배를 안긴 것도 베트남이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미국의 요청으로 1964년 종전까지 32만 명을 파병했다. 콩은 콩인데 먹지 못하는 콩, 베트콩이 이때 나온다. 적으로 만나 치열하게 싸웠으나 베트남 정부는 대범하게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자”며 경제협력을 위한 손을 잡았다. 이것이 바로 철저한 베트남식 실용주의다. 

1986년 도이머이(Doi Moi 쇄신) 정책 이후 베트남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신한다.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법인세 면제 등 친기업 입법도 과감하게 수용했다. 베트남과 무역협정 체결을 맺은 나라는 세계 최다다. 당연히 교역액은 수십 배로 늘고 외국인 투자도 20배 이상 뛰었다. 

베트남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수출량이 해마다 50% 정도씩 급증했다. 그 결과 수출로는 세계 20위, 수입으로는 23위로 아세안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은 2위의 무역 대국이다.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해 세계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세계 경제 성장의 40%를 끌어오던 중국도 3% 성장에 그쳤으나 베트남은 8%대 성장을 이루었다. 기본은 사회주의나 시장경제의 꽃을 피웠다. 최근 공직 부패를 청산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의 부러운 장점은 젊다는 것이다. 32세 이하 연령층이 전 인구의 절반이다. 풍부한 노동력, 저렴한 인건비에 더해 소비시장도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 25.3%, 수입의 2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울어짐에서 벗어나야 한다. 포스트 차이나의 핵심 거점이 바로 베트남이 될 수 있다. 

프랑스와의 전쟁을 55일 만에 승리하고 세계 최강자 미국에 패배를 안긴 ‘붉은 나폴레옹’ 보응우옌잡 장군의 3불(不) 전략은 유명하다.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적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는다, 적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는다.’ 

어쩌면 이 전략이 심각한 장기적 경제 침체의 위기의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을까. 베트콩과의 전쟁이라는 아픈 기억을 덮고 기업과 박항서 감독으로 기억되는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젠 “콩은 콩인데 못 먹는 콩이 아니라 콩은 콩인데 가장 맛있는 콩은?”이라는 수수께끼가 나와야 할 때다. 

가장 맛있는 콩, 베트콩. 멀리 함께 가야 할 나라, 베트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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