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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여행] 독일 원조로 출발한 국내 최초 낙농시범목장 ‘안성팜랜드’

[스토리텔링 여행] 독일 원조로 출발한 국내 최초 낙농시범목장 ‘안성팜랜드’

  • 기자명 임요희 여행작가
  • 입력 2021.09.04 00:00
  • 수정 2021.09.0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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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자는 입장료 반값
2만 평 대지가 온통 꽃, 사계절 꽃동산
황소, 칡소, 흑소 '한우 삼총사'

9월 16일부터 코스모스 주간으로 진행하는 안성팜랜드 Ⓒgettyimage
9월 16일부터 코스모스 주간으로 진행하는 안성팜랜드 Ⓒgettyimage

[뉴스더원=임요희 여행작가] 소, 염소, 양, 돼지는 신기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가축이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이들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이들을 보는 게 동물원에 사는 사자, 호랑이, 코끼리, 하마를 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다 어디로 갔을까. 

대대로 인간과 함께 살아온 그들, 우리와 친숙한 가축을 가까이서 만나고 싶다면 이번 주에는 안성을 여행 목적지로 삼아보자. 

안성팜랜드에서는 우리에게 고기, 우유, 털을 제공하는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먹이를 주거나 함께 뛰어놀 수도 있다. 높은 철책 안에 갇힌 사자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보다 소와 양을 피부로 느끼고 오는 것이 자라나는 아동에게는 더 즐거운 경험이지 않을까.  

안성팜랜드의 운영 주체는 농협
안성팜랜드의 운영 주체는 농협

서울에서 40분, 대중교통으로 이동 가능

안성팜랜드는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안성공도터미널까지 시외버스(운임 4900원)로 40분가량 소요된다.

주말마다 공도터미널에서 팜랜드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했다는데 코로나 여파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터미널에서 팜랜드에 가려면 별 수 없이 택시(운임 5000원)를 타야 한다. 

안성팜랜드의 운영 주체는 농협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했으면 입장료를 좀 저렴하게 받았을까 싶다. 안성팜랜드를 구경하는 데 1만2000원이나 든다.

조금 비싼 게 아닌가 싶은 순간 ‘백신 접종자 50% 할인’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1차 접종만 완료해도 반값이다.

자세히 보니 그 밖에도 할인항목이 상당히 많다. 소띠 출생자 무료, 국군장병 무료, 우천 시 무료, 생일주간 50%, 재방문 고객우대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중앙광장에는 낙농체험관과 놀이기구, 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중앙광장에는 낙농체험관과 놀이기구, 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유럽풍 테마파크로 거듭난 안성목장. 지금은 안성팜랜드가 정식 명칭이다.
유럽풍 테마파크로 거듭난 안성목장. 지금은 안성팜랜드가 정식 명칭이다.
여름 시즌이면 중앙광장에서는 하루 4회 버블파티를 진행한다.
여름 시즌이면 중앙광장에서는 하루 4회 버블파티를 진행한다.

환상의 버블파티! 중앙광장

매표를 마치고 출입구를 통과하면 바로 중앙광장이다. 분수대가 있고, 멀리 유럽풍의 가옥들이 보인다. 중앙광장은 낙농체험관과 놀이기구, 역사관이 자리 잡은 곳이다. 

여름 시즌이면 이곳에서 하루 4회 버블파티를 진행한다. 별도의 체험비는 없지만 제한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어 줄을 서야 한다. 내가 방문한 날짜가 8월 29일이었는데 그날이 마지막 버블파티 날이었다. 아이들은 신나는 놀이에 빠져 있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라도 하는 듯 환상적인 버블폼의 모습에 나 역시 한참 동안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여벌의 옷이 있었더라면 그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양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있는 가족
양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있는 가족
오늘의 안성팜랜드를 있게 한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는 체험목장
오늘의 안성팜랜드를 있게 한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는 체험목장
다양한 종류의 소가 칸칸이 자리 잡고 있는 소 체험관
다양한 종류의 소가 칸칸이 자리 잡고 있는 소 체험관

가까이서 동물을 만나다 

광장을 지나면 체험목장이다. 오늘의 안성팜랜드를 있게 한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소, 양, 염소, 돼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딩도 가능하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소 체험관이다. 다양한 종류의 소가 칸칸이 자리 잡고 있다. 소고기와 우유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중이다. 

소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동물이다. 크고 위압적인 외모에 한 번 반하고, 순한 성격에 또 한 번 반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한우와 외국 소 모두를 볼 수 있다. 한우의 경우 우리 눈에 익숙한 황소 외에 지금은 보기 힘든 칡소, 흑우까지 만나볼 수 있다.

세 종의 한우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목장은 안성팜랜드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 말은 세 가지 한우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면서 관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집안 농사에 참여하여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았던 황소
집안 농사에 참여하여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았던 황소
칡덩굴을 감아놓은 듯 짙은 갈색 무늬와 검은색 무늬가 교차하는 칡소
칡덩굴을 감아놓은 듯 짙은 갈색 무늬와 검은색 무늬가 교차하는 칡소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되어 있는 흑소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되어 있는 흑소

황소, 칡소, 흑소! 한우 삼총사

황소는 성질이 온순하고 순해 부리기가 쉽다. 집안의 농사일에도 큰 도움을 줘 예로부터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았으며, 재산 목록 1호이기도 했다.

칡소는 언뜻 외래종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 토종소이다. 칡덩굴을 감아놓은 듯 짙은 갈색 무늬와 검은색 무늬가 교차해 범소, 호랑무늬소(虎斑牛)로도 불린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나오는 ‘얼룩백이’가 바로 이 칡소다.

칡소는 황소에 비해 몸집은 약간 작지만 어깨 근육이 두툼해 매우 야생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야생성이 강해 길들이기가 힘들다고 한다. 대신 고기 맛이 좋아 일제강점기, 일제가 대량 반출하는 바람에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다. 

흑소는 기원전부터 제주에서 키워온 토종소로 황소, 칡소에 비해 체구가 현저히 작다. 조선왕조실록, 탐라순력도, 탐라기년 등의 문헌에 임금님 진상품으로 공출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아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되어 있다. 

‘홀스타인’ 한 마리가 만드는 우유의 양은 연간 10톤이 넘는다.
‘홀스타인’ 한 마리가 만드는 우유의 양은 연간 10톤이 넘는다.

우유를 생산하는 소들

안성팜랜드는 1960년대 국내 최초로 외국에서 젖소를 들여와 보급한 목장이다. 이곳에는 두 종의 외국소가 공개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젖소로 알고 있는 ‘홀스타인’은 긴 세월 우유를 얻기 위해 키워온 소로, 한 마리가 만드는 우유의 양이 연간 10톤이 넘는다고 한다. 

당시 독일 전문가들이 홀스타인 종이 한국 환경에 적합한 종이라며 수입할 것을 추천했고 그들의 조언에 따라 캐나다에서 들여온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어린아이들이 건초가 든 바구니를 주둥이 언저리에 들이미니 젖소가 긴 혀를 내밀어 핥아 먹는다. 

영국이 고향인 저지(Jersey)는 자그마한 체구의 갈색 소로, 유량은 많지 않지만 품질 좋은 우유를 생산한다. 대대로 영국 왕실 전용 우유를 생산한 품종으로 저지가 낸 우유를 로열밀크(Royal Milk)라고 부른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8말 9초.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섞여 피어 있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8말 9초.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섞여 피어 있다.
초지 자전거길을 질서정연하게 달리는 전기자전거의 모습이 정겹다.
초지 자전거길을 질서정연하게 달리는 전기자전거의 모습이 정겹다.

해바라기 꽃밭, 코스모스 꽃밭 

뭐니뭐니해도 팜랜드의 가장 큰 볼거리는 계절을 달리하며 피는 꽃동산이다. 봄에는 유채,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2만 평 규모의 꽃밭을 빼곡히 채운다. 

많은 사람들이 팜랜드 하면 해바라기를 떠올릴 만큼 이곳 천만송이 해바라기는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도 가을도 아닌지라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반반씩 피어 있다. 오는 16일부터 본격적인 코스모스 주간이 시작된다고 한다.  

꽃동산 전체를 구석구석 누빌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발로 산책할 것을 추천하지만 어린 자녀, 노부모를 동반한 경우라면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초지 자전거길을 질서정연하게 달리는 전기자전거 또한 이곳의 특별한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2~3인용(1만2000원), 4~6인용(2만원)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서독 정부는 목장 운영에 필요한 트랙터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서독 정부는 목장 운영에 필요한 트랙터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독일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1969년 10월, 한독낙농시범목장을 출범했다.
독일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1969년 10월, 한독낙농시범목장을 출범했다.

어린이에게 우유를! 안성목장의 꿈

안성팜랜드는 국내 최초의 낙농시범목장으로 캐나다에서 젖소를 들여와 우유 대중화를 선도했다. 안성팜랜드의 전신은 ‘한독낙농시범목장’.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은 ‘파독광부’를 격려하기 위해 서독을 방문했는데 뤼브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입니다. 저에겐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배불리 먹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뤼브케 대통령은 1967년 대한민국을 답방하면서 한국에 낙농시범목장을 건설할 자금을 빌려주었다. 이 돈에는 젖소 200마리를 구입할 자금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수의사와 목장 관리자 등 전문 기술자를 파견할 것과 목장 운영에 필요한 트랙터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독일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1969년 10월, 안성에 한독낙농시범목장(안성목장)을 출범했다. 

한독목장 초기에는 독일 인력이 직접 운영을 맡았으나 1971년 농협으로 운영권이 이관되었다. 안성목장은 젖소를 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축산농민에게 낙농기술을 교육하고, 송아지를 분양하는 데 힘썼다. 

안성팜랜드는 체험목장으로서 우유 그 이상의 것을 어린이에게 제공하고 있다.
안성팜랜드는 체험목장으로서 우유 그 이상의 것을 어린이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람들은 타조를 구경하고 타조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사람들은 타조를 구경하고 타조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우유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다

안성목장이 기초를 잘 닦은 덕에 대한민국 축산업이 제대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우유생산량은 1969년 3만5000톤에서, 2012년 210만톤으로 60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1인당 우유소비량도 2012년 기준 67.2kg에 이르렀다. 200㎖ 우유팩으로 환산하면 336개 분량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200ml짜리 우유를 매일 한 개씩 마시는 셈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에게 우유를 배불리 먹이겠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안성목장이 ‘안성팜랜드’로 거듭 태어난 것은 2012년 4월의 일이다. 기존의 축산업이 사육과 가공 중심이었다면 안성팜랜드는 보고 즐기는 축산업을 지향하고 있다. 안성팜랜드는 체험목장으로서 우유 그 이상의 것을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중이다. 

팜랜드 내 목원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소고기 버섯전골 한상차림’
팜랜드 내 목원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소고기 버섯전골 한상차림’

국내산 소고기로 만든 전골요리

팜랜드 내 목원식당에서 국내산 소고기로 만든 ‘소고기 버섯전골 한상차림(2만2000원)을 맛볼 수 있다. 모듬야채 샐러드(흑임자 드레싱), 단호박 으깨미(유자소스), 해초국수, 부추전, 탕평채, 왕새우 튀김, 반찬 4종이 곁들여진다. 

<안성팜랜드 이용안내>
*가는 법: 서울남부터미널 – 안성공도터미널(시외버스로 40분 소요)
          안성공도터미널 – 안성팜랜드(택시로 7분 소요) 
*입장료: 소인-10,000원, 성인-12,000원
*입장시간: 2월~11월 10:00~18:00 (매표마감 17:00) 
           12월~1월 10:00~17:00 (매표마감 16:00) 
*연중무휴(설·추석 당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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