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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여행] 일제가 통영운하와 통영터널을 동시에 뚫은 이유 ‘통영 미륵도 여행’

[스토리텔링 여행] 일제가 통영운하와 통영터널을 동시에 뚫은 이유 ‘통영 미륵도 여행’

  • 기자명 임요희 여행작가
  • 입력 2021.12.11 00:30
  • 수정 2023.03.0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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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왜구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던 판데목
조상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운하와 터널을 건설한 일제
미륵도 편백나무 숲속의 힐링 타임
통영 앞바다가 한눈에! 박경리 선생의 묘소

미륵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 정지용 시인 찬사에 마지않았던 풍경이다. (사진=통영시)
미륵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 정지용 시인 찬사에 마지않았던 풍경이다. (사진=통영시)

[뉴스더원=임요희 여행작가] 통영에서 유년기를 보낸 청마 유치환은 시인 정지용을 고향으로 초청했다. 정지용 시인은 미륵산 정상에 올라 “나는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 문필로는 표현할 능력이 없다”고 고백했다.

국내 최고의 미항 ‘통영’은 크게 통영반도와 미륵도 두 구역으로 구분된다. 이는 홍콩이 구룡반도와 홍콩섬을 포괄하는 것과 유사하다.

통영은 임진왜란 원년에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영(해군본부)을 설치한 곳이다. 통영(統營)이라는 지명도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의 준말이다. 통영으로 불리기 전 이곳은 ‘두룡포’로 통했다.

판데목, 송장목, 다이코호리, 통영운하

사람들은 통영반도와 미륵도 사이 좁은 해협을 판데목(착량, 鑿梁)이라고 불렀다. ‘판데’란 우리말로 모래를 판 데라는 뜻이다. 지금의 통영운하가 그곳이다. 현지인 가운데 아직까지 이곳을 폰데, 판다, 판도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통영운하를 잇는 통영대교. 총 길이 591m로 1998년에 건설되었다.
통영운하를 잇는 통영대교. 총 길이 591m로 1998년에 건설되었다.

원래 판데목은 폭 200m의 지협으로 물길이 들다가 말다가 하는 곳이었다. 한산대첩(1592. 8. 14) 당시 이순신 장군에게 쫓기던 왜구의 전함이 판데목으로 들어섰다. 그날따라 간조라 모래가 드러나 있었다. 퇴로가 막힌 왜구는 물길을 열기 위해 삽으로 모래를 퍼날랐다. 그러나 조선의 수군에 포위되어 전멸하고 말았다.

격전 직후 판데목에는 시체가 즐비했는데 섬과 뭍 사이를 이동하려면 일본인의 송장을 밟고 지나가야 했다. 사람들은 판데목을 ‘송장목’이라고 불렀다.

이에 앞서 당포해전(1592. 7. 10)에서 이순신 장군은 미륵도 서쪽 당포에 왜군이 숨어 있다는 보고를 받고 이들을 급습했다. 놀란 왜구들은 미륵산을 넘어 판데목 쪽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그때는 또 만조라 바다에 물이 들어와 있었다.

왜구들은 산기슭의 바위와 흙을 던져 판데목을 메우기 시작했다. ‘우공이산’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어서 이들의 도주는 수포로 돌아가고 모두 송장이 되었다고 한다.  

육지와 섬을 잇는 해저터널

일제강점기인 1927년 일본인들은 이곳에 운하를 건설하면서 ‘다이코호리’라고 명명했다. 태합굴(太閤堀)이라는 뜻으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관명에서 따온 작명이었다.

통영해저터널은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로 바다 밑 13.5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사진=문화재청)
통영해저터널은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로 바다 밑 13.5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사진=문화재청)
국내 최고의 미항 ‘통영’은 통영반도와 미륵도 두 구역으로 구분된다.
국내 최고의 미항 ‘통영’은 통영반도와 미륵도 두 구역으로 구분된다.

일제는 운하를 건설하는 한편 땅 밑으로는 해저터널을 뚫었다. 통영해저터널(461m, 폰데굴, 폰디굴)은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로 해저 13.5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이 터널은 뭍과 섬을 이어주는 요긴한 교통로였으나 현재는 보행만 가능하다. 등록문화재 제201호.

일제가 운하를 판 것은 한산대첩과 관련이 있고, 터널 작업은 당포해전과 관계가 깊다. 일제는 임진왜란의 원흉인 왜구의 후손으로 모래밭에 갇혀 죽은 조상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운하를 팠다. 그런 한편 바다에 빠져 죽은 조상의 원한을 달래기 위해 굴을 뚫었다.

터널 공사와 운하 공사는 1927년부터 1932년까지 총 5년여에 걸쳐 진행되었다. 두 공사는 나란히 시작되었고 동시에 끝났다.

1967년 한국인은 통영반도와 미륵도를 잇는 충무교(152m)를 건설했다. 뛰는 데 나는 격으로 왜구의 원혼을 발밑에 두고자 했다는 설이 있다. 1998년에는 보다 규모가 큰 통영대교(591m)가 추가로 개통되었다.

미륵존불의 땅 미륵도

미륵도에는 미륵산(461m)이 있다. 미륵도, 미륵산이라는 명칭은 장차 이곳에 미륵존불이 강림할 것이라는 원효대사의 예언에 따른 작명이라고 한다. 미륵불(彌勒佛) 사상은 기독교의 구원사상과 유사하다.

미륵신앙을 계승하는 미래사. 주변에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GettyImages)
미륵신앙을 계승하는 미래사. 주변에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GettyImages)
통영은 전형적인 해양성기후로 한겨울에도 영상을 유지한다.
통영은 전형적인 해양성기후로 한겨울에도 영상을 유지한다.

고타마 붓다에 따르면 미륵(Maitreya)은 보살 신분으로 정토인 ‘도솔천’에서 설법을 전하다가 나이 4000세(인간 나이로 치면 56억 7000만 세)에 이르면 인간계로 내려와 ‘용화수’ 밑에서 성불하여 자신을 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잦은 외침을 겪는 등 한국인은 유난히 고통스러운 기억이 많은 민족이었다. 한국에 미륵신앙이 발달한 것은 언젠가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미래불’ 사상이 희망을 주기 때문이었다. 통영고등학교 교가도 “미륵산 우뚝함은 우리의 기상!”으로 시작한다.

미륵산에 있는 용화사(龍華寺), 도솔암(兜率庵), 미래사(未來寺) 절 이름을 보면 모두 미륵신화와 관련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미륵산을 용화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장차 미륵산 어떤 나무가 미륵의 용화수로 낙점될지 나무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미륵산 정상에 서면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통영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게 갠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된다. 미륵산에 오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내 최장길이를 자랑하는 통영케이블카. 10분 만에 정상 부근까지 데려다준다. (사진=GettyImages)
국내 최장길이를 자랑하는 통영케이블카. 10분 만에 정상 부근까지 데려다준다. (사진=GettyImages)
상부 역사 전망대에는 스카이워크가 마련되어 있어 스릴감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통영시)
상부 역사 전망대에는 스카이워크가 마련되어 있어 스릴감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통영시)

2007년 완공된 통영케이블카는 무려 1,975m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다. 이용객 수도 여수해상케이블카 다음으로 많다. 왕복료의 경우 통영이 어른 기준 1만4000원으로 여수 1만5000원보다 약간 저렴하다.

통영케이블카에 탑승하면 10분 만에 상부 역사에 도달하게 된다. 상부 역사 전망대에는 스카이워크가 마련되어 있어 발밑이 시원하게 뚫려 있다. 케이블카에서 한 발 나아간 업그레이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여기까지만 올라도 한려해상국립공원 다도해의 화려함을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 나무계단을 따라 20분가량 등반하면 미륵산 정상에 닿게 된다.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한려수도는 한 폭의 동양화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정상 부근에는 조선시대 수군 통영(統營) 봉수대 터가 자리 잡고 있다. 봉수는 그 시절의 인터넷이었다. 봉홧불은 달리는 말보다, 쏜살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급보를 전해주었다.

웰니스 여행지로 주목받는 통영

미륵산 기슭, 미래사 부근 편백나무 숲속에 힐링 체험 전문 ‘나폴리농원’이 있다. 최근 웰니스 바람이 불면서 호황을 이루는 곳이다.

맨발 힐링체험을 제공하는 통영 ‘나폴리농원’
맨발 힐링체험을 제공하는 통영 ‘나폴리농원’
편백나무는 강력한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다량으로 뿜어내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편백나무는 강력한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다량으로 뿜어내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미륵도는 1월 평균기온이 2.1℃, 8월 평균기온이 27.3℃로 전형적인 해양성기후다. 겨울철 기온이 높다 보니 동백, 풍란 같은 아열대성 식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나폴리농원의 힐링 포인트는 초록이다. 한겨울임에도 편백의 푸르름이 가득하다. 편백나무는 강력한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다량으로 뿜어내 유해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피톤치드는 인간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쳐서 스트레스 해소, 불면 해소, 세균 바이러스 퇴치, 아토피 완화, 비염 완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폴리농원을 이용하는 법은 조금 독특하다. 이곳에 입장하는 사람은 무조건 피톤치드 에어샤워로 세속의 진토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신발과 양말도 모두 벗어야 한다. 한겨울이라 발이 시릴 것 같지만 발바닥에 와닿는 부드러운 톱밥의 느낌 때문인지 차갑거나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편백나무 숲에서의 힐링타임

숲속 산책로에는 키 큰 편백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키는 크지만 간신히 15세를 넘긴 청년 나무들이다. 나이를 많이 먹어봤댔자 30대 중후반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무들도 이 시기에 가장 생명력이 왕성해서 배출하는 피톤치드의 양도 많다고 한다.

보태니컬 가든인 듯, 동남아로 날아온 듯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이곳.
보태니컬 가든인 듯, 동남아로 날아온 듯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이곳.
작은 이끼를 루페로 확대 관찰하는 ‘루페체험’은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해준다.
작은 이끼를 루페로 확대 관찰하는 ‘루페체험’은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톤치드가 몸속을 청소해준다면, 눈에 보이는 편백의 푸르름은 마음을 치유해준다. 무념무상, 무방비, 무심의 상태에 이르기에 숲길만 한 게 없다. 자연의 정령이 마술을 부리는 걸까. 길게 이어지는 숲길을 걷노라면 마음도 몸도 느긋해진다.    

편백나무 외에 농원 곳곳에 차나무, 식나무, 야자수, 바나나나무, 참다래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보태니컬 가든인 듯, 동남아로 날아온 듯 이국적인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곳.

힐링 프로그램 가운데 솜털처럼 작은 이끼를 루페로 확대 관찰하는 ‘루페체험’은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해준다. 루페 속의 솔이끼는 한 그루의 소나무에 다름 아니다. 솔이끼 그늘에는 또 얼마나 많은 미물들이 살고 있을까.  

에어텐트 안에서 진행하는 산소목욕 ‘에어샤워’, 테르펜(Terpene) 정유를 이용한 족욕은 코로나로 인한 불안한 마음까지 깨끗하게 제거해준다. 나폴리농원에서의 힐링 타임은 여행 전문 스타트업 ‘숨숨’과 함께했으며 경남관광재단의 취재 협조가 있었다.

추모와 쉼이 한 곳에 ‘박경리 기념관’

박경리 선생을 기념하는 장소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서울 성북구(거주지), 원주(토지문학관), 하동(박경리 문학관) 모두 선생을 추모하는 곳이지만 통영의 아우라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통영은 선생이 나고 자란 곳이자 묘역이 있는 곳이다.

박경리 선생의 발자취는 미륵도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에서 만날 수 있다.
박경리 선생의 발자취는 미륵도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에서 만날 수 있다.
박경리 선생 묘역에서 내려다본 통영 앞바다
박경리 선생 묘역에서 내려다본 통영 앞바다
박경리 선생의 묘소. 미륵산 양지바른 언덕에 마련되어 있다.
박경리 선생의 묘소. 미륵산 양지바른 언덕에 마련되어 있다.

선생은 1926년 10월 28일 경남 통영군 명정리에서 태어났다. 박경리 생가에는 작은 팻말 하나가 붙어 있어 선생의 어린 시절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도록 해준다. 하지만 현재 일반인이 살고 있으므로 조용히 골목을 둘러보고 나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선생의 자취는 미륵도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에서 만날 수 있다. 육필 원고 외에 생전에 선생이 입던 옷, 손때 묻은 가구가 전시되어 있으며 뜨락에는 시비, 문장비, 동상이 마련되어 있다.  

《토지》 《김약국의 딸들》 《불신시대》 등 많은 작품을 생산한 선생은 2008년 5월 5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선생의 묘역은 신전리 해안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마련되었다.

봄에는 벚꽃이, 겨울에는 동백이 길 안내를 해주는 이곳은 세상과 살짝 떨어져 있음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쉼을 선물해준다. 벚꽃 흐드러진 봄날 다시 찾으리라 마음먹으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통영 굴수협 지정 ‘한마음식당’

날씨가 꿀꿀한 날 먹기 좋은 굴 요리.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할 만큼 영양가가 높다. 비타민A, B1, B2, B12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고 철분, 칼슘, 아연도 풍부하다.

통영 강구안에 위치한 ‘한마음식당’은 굴수하식수협 지정 맛집으로 굴삼합 시그니처 메뉴를 갖고 있다.
통영 강구안에 위치한 ‘한마음식당’은 굴수하식수협 지정 맛집으로 굴삼합 시그니처 메뉴를 갖고 있다.
굴은 바다의 우유로 불릴 만큼 영양가가 높다.
굴은 바다의 우유로 불릴 만큼 영양가가 높다.
통영에는 ‘굴수하식수협’이 따로 있을 정도로 굴 생산이 활발하다.
통영에는 ‘굴수하식수협’이 따로 있을 정도로 굴 생산이 활발하다.

남해안은 전국 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특히 통영에는 일반 수협과 구별해 ‘굴수하식수협’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굴 생산이 활발하다. 굴 양식장은 청정해역인 통영 한산도 인근 해역에 집중되어 있다. 굴은 겨울철에 먹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요즘에는 초여름까지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통영 강구안에 위치한 ‘한마음식당’은 굴수하식수협 지정 맛집으로 굴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굴삼합. 굴삼합구이, 굴무침, 멍게젓, 굴전, 석화찜, 물회, 굴 탕수육, 굴어묵, 굴조림, 굴밥 등 굴과 관련한 모든 요리가 코스로 등장한다. 1인 30,000원.

■통영 나폴리농원 안내

*맨발체험 : 어른·청소년 13,000원

*숙면치유: 15,000원

*정기휴일 : 매주 화요일

*접수시간 : 매일 오전 10시 ~ 오후 3시 (겨울)

*체험 소요시간 : 1시간 이상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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