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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결투에도 룰이 있다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결투에도 룰이 있다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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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올해에도 미국의 야구계는 일본 출신 오타니 쇼헤이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투수와 타자 모두를 겸한 이른바 ‘투타 겸업 선수’로 지난해 만장일치로 아메리칸 리그 MVP에 뽑혔었다.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155경기에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는가 하면 투수로서도 25경기에서 9승 2패, 탈삼진 156을 자랑하여 야구의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 그러니 올해에도 오타니의 돌풍을 예고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 것 같다.

이와 같은 메이저리그의 풍향을 보면서 우리 야구계의 어느 원로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이와 같은 야구의 주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내공이 피라미드처럼 쌓여서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보여준 우리 야구팀의 무기력하고 짜증나는 경기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동안 스포츠로서의 야구 본질을 축적하는 데 충실하지 않고 흥행과 요행에 의존하는 ‘이기는 야구’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밑바닥부터 육성해온 투수나 타자가 아닌 외국인 선수, 이른바 ‘용병’에 의존하게 되고, 2-3년 반짝 그라운드를 누비다 떠나면 급조된 선수들로 경기를 치러야 하고….  이기는 야구에만 총력을 기울이다 보면 야구가 갖는 스포츠의 맛이 훼손되고 만다는 이야기.

물론 경기는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이기는 것이 공명정대를 기본으로 하는 스포츠 정신에 충실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스포츠 정신은 ‘OK목장의 결투’에서 보듯 목숨을 걸고 벌이는 결투에서도 적용된다.

유럽과 서부개척시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결투는 공정을 감시하는 입회인이 있어야 하고, 양측 똑같은 조건, 시간, 총 또는 검의 종류, 장소 선택 등 모든 것이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만약 뒤에서 총을 쏘는 등 속임수로 이겼을 경우, 비록 승자가 되어도 불명예스러운 인물로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만다.

요즘 대선정국을 스포츠나 결투에 비교해서 보면 어떨까?

국민들은 올해 세금 부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토지, 단독주택의 표준 공시가가 큰 폭으로 인상됨으로써 그에 따른 재산세, 종부세, 건보료 등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실질 공시가의 1년 동결과 종부세의 부분 완화를 주장했고 당에서도 납세자 부담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이와 같은 당의 요구에 긍정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그 세금 감면안의 발표 시점을 3월경으로 잡고 있다는 것.

3월이면 대통령 선거가 있는 달이다. 그러니 ‘알아서 투표 잘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정부는 대통령 선거 후 내년에 전기요금 10.6%를, 도시가스요금 16.2%를 인상한다고 한다. 이렇게 인상되면 4인 가족 전기요금의 경우 월 1950원의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인상 시기가 하필 4월인가? 역시 선거가 있는 3월을 피해간다는 오해를 받고 있고 그래서 야당이 반발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이건 스포츠 정신이나 결투의 룰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어떤 수단 방법으로든 이겨야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문화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과거 고무신짝 돌리고 명절에 세무서원 동원하여 밀주 단속한다며 으름장을 놓던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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