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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축객(逐客)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축객(逐客)

  • 기자명 장원섭 원장
  • 입력 202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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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장원섭 원장] 진왕(秦王)이 천하를 통일하고 시황제(始皇帝)로 등극하자 진나라의 종실과 대신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에 나섰다.

이들은 황제에게 글을 올려 진나라 출신을 제외한 다른 나라 출신 신하들은 믿을 수 없으므로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소식을 들은 진나라 출신이 아닌 이사(李斯)도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무릇 물건이 진(秦)나라에서 나지 않았더라도 보물로 여길만한 것이 많고, 선비가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진나라에 충성하기를 원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 밖에서 온 재주 있는 이들(客)을 내쫓아 적국에 보탬이 되게 하고, 찾아온 백성을 버려 원수의 나라에 이익이 되게 한다면, 이는 안으로는 나라를 비게 하고, 밖으로는 그 원망하는 마음을 적국에 옮겨 심게 하는 격이니, 나라가 위태롭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도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바로 『사기(史記)』 이사 열전에 실려 있는 『상진황축객서(上秦皇逐客書)』라는 명문장이다. 감동한 시황제는 즉시 축객령(逐客令)을 취소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여가 지나가지만, 아직도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급 인사 후보자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모양새도 항상 도돌이표처럼 정해져 있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내정자를 둘러싸고 확인되지도 않은 유언비어들이 나돌기 시작한다. 옛말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라고 했다. ‘취모멱자(吹毛覓疵)’라는 성어가 있듯이, 털 한올 한올 불어가며 작은 흉터도 찾아내려고 스스로 저격수로 자처하며 악착같이 약점을 파고드는 야박하고 가혹한 행태들이 이어진다.

당연히 인물의 적합성을 놓고 여야의 공방으로 대치 정국이 길어진다. 상황이 이러하니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당사자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이렇게 해서 많은 상처를 입히고 체면을 깎아놓은 상태로 일을 하라고 임명장을 수여하니 당사자는 물론이고 임명권자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여러 해 전에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미국의 세계 최고 IT 연구기관 수장으로서 살아있는 IT 신화의 주인공으로 평가받던 한 인사를 삼고초려를 하여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바 있다.

그는 벤처산업의 성공 신화를 우리 사회에 접목하게 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귀국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장관직 업무수행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유언비어들이 나돌았다.

그는 오로지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왜곡되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보면서 매우 당혹해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인사청문회 기회조차도 얻지 못한 채 스스로 사퇴했다.
 
당시 한 야당 국회의원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 CIA 관련자인 ‘검은 머리 미국인’인 그의 낙마는 지극히 정당했다.”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일부 진영의 극단적인 편협한 인식을 대변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 일각에서도 “식당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찰밥이든 흰밥이든 짓게 하지, 왜 민주당은 그러는가 하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한다. 어떤 일을 두고 벌어지는 문제 인식의 차이나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늘 일어나는 일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사상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정치적 입장에서 비롯되는 문제일 수도 있으며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 일단 새 정부의 틀을 갖추게 한 후 단점이 드러나면 개선해도 될 일이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되면, 사사건건 반대하는 그대들이 적합한 사람을 어디 한번 천거해 보시라. 지난 시절 저들의 소통 부재로 야기된 인사 난맥상은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인데, 거기에는 해명조차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오지 않았던가. 어제의 저들은 옳고 오늘의 이들은 그른가? 왜 어제의 일을 돌아보지 않는가?

일찍이 자사(子思)는 “관리를 뽑는 것은 목수가 나무를 고르는 것과 같이, 좋은 점은 취하고 모자라는 점은 버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한때의 본의 아닌 말과 행동 때문에 남다른 능력을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인재들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저지르는 집단적인 오류들을 실감하곤 한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능력 있는 인재를 찾으려고 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옹졸하고도 편협한 행태를 생각하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는 흐른다. 이제는 제발 개인이나 집단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는 옹졸하고 편협한 자세는 버리고 공익을 먼저 생각하자. 능력 있는 인재를 몰아내는 어리석음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먼 훗날 후손들로부터 못난 세대로 평가받는 일은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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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 2022-07-28 22:59:18
잘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인사 검증은 축객 차원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할 법에 명시된 사항입니다. 아무나 고위관료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수십년의 정치판에서 엉터리들이 관료랍시고 거들먹 거리고 난장을 부리는 걸 보지 않았습니까? 결론적으로 이번 정권의 영감들도 딱히 인재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없어보이는 하자 투성이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논문 표절에 음주운전에 투기, 자식들의 일탈까지 가관입니다. 오히려 전 정권보다도 못한 것들이 장관이라고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