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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농단(壟斷)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농단(壟斷)

  • 기자명 장원섭 원장
  • 입력 2022.08.29 00:00
  • 수정 2022.08.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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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장원섭 원장]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맹자를 모셔와 정치고문으로 삼았다. 그러나 맹자가 제안하는 여러 정책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매우 인색하였다.

맹자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펼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제나라를 떠나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듣고 놀란 선왕은 급히 사람을 보내, 맹자에게 좋은 집과 1만 종(種)의 곡식을 녹(祿)으로 주고 제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하며 남아달라고 요청했다.

1종은 6섬 4말이므로 요즘 쌀 한 가마(약 25만 원) 값으로 계산하면 연봉 2백억이 훨씬 넘는 거액에 해당한다.

왕이 보낸 사람을 만난 맹자는 평소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이익을 독차지하는 부류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음을 말하면서, ’자신의 정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욕심을 버리고 그냥 물러설 일‘이라는 평소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만약 내가 부(富)를 원했다면 나라의 정치고문이라는 신분으로 고작 1만 종을 받겠소? 내 정치적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도 봉록(俸祿)에 욕심을 낸다면, 나는 남의 부귀까지도 독차지(私壟斷焉)하는 부류밖에 더 되겠소?’

그리고는 선왕이 제의한 1만 종의 봉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나라를 떠났다.

농단(壟斷)이란 ‘깎아 세운 듯이 높이 솟은 언덕’을 말한다. 맹자가 말한 ‘농단’이라는 말의 이면에는 시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이익을 독차지하듯이, 권력을 이용하여 멋대로 좌지우지하는 행동을 비난하는 뜻이 담겨 있다.

원래 시장이라는 곳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 내게 필요한 물건을 서로 교환하는 곳을 말한다. 그러나 어디를 가든 약삭빠르게 목이 좋은 곳을 차지하여 손쉽게 잇속을 챙기는 무리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서로 뭉쳐 세력을 형성하며 부당한 가격으로 시장의 원리를 왜곡시킨다.

이런 자들을 일러 사람들은 ‘모리배(謀利輩)’라고 손가락질하고, 이들이 하는 짓을 ‘농단’이라고 한다.

일단 시장을 농단하는 무리가 나타나면 그 시장을 이용하는 백성들의 피해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은 『맹자』의 「공손추 하(公孫丑 下)」 편에 나오는데, 원문에는 ‘壟’이 아니라 ‘龍’으로 되어 있다. 이 글자가 언덕이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용’이 아니라 ‘농’으로 읽는다.

오늘날에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모여 저들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만든 집단을 정치판에서는 ‘정당’이라고 한다. 한 정당이 나타나면 이들에 대항하는 또 다른 무리가 나타나 더 좋은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고 잇속을 챙기려고 한다.

이들은 서로 높은 언덕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다툰다.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서 이런 부류들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끼리끼리 뭉쳐 국정을 농단했던 사례를 보면, 이들의 행태가 국가와 국민에게 미치는 해악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정치판의 ‘양두구육’ 논쟁이 여야를 구분할 것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의해 일부 인용되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서는 긴급 의총을 열어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원래 이 문제는 정당 내부의 일이기 때문에 조용히 정치적으로 해결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공론화하여 법원은 물론 마치 국민과 싸우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등의 집단적 오만함에 젖어 있다. 더구나 위기 상황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제는 문제해결 능력까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당에서도 ‘이재명 방탄용’이 아니냐는 계파 간 논쟁을 불러일으킨 당헌 개정안이 재투표 끝에 최종 확정됐다.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되,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 의결을 거쳐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정하여 통과시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보복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독소조항이다.

제 딴에는 변명할 구실을 찾느라 온갖 궁리를 했던 모양인데, 며칠 고민 끝에 내놓은 묘안(?)이라는 게 한심할 정도로 어이가 없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냉동고에는 팔고 싶은 개고기를 잔뜩 쌓아놓고 입구에는 양(羊) 머리를 걸어놓은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여야 모두 하는 짓이 하도 가소로워서 국민의 눈에는 코미디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부류들이 돈과 권력, 유명세에 취약한 구조적 허점을 파고들어 곳곳에 뿌리를 내려 패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약삭빠르게 사회 구석구석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들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농단을 계속하고 있다.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양두구육 논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 높은 언덕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2라운드 싸움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 대결이 끝나면 다음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새로운 야당 지도부가 보여줄 코미디 한 마당이다.

여야 모두 민생은 뒷전인 채 주도권 싸움의 양상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불황에 지친 국민은 불안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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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ng-su, Kim 2022-08-29 06:48:09
농단(壟斷)하는자!!!
용단(壟斷)하지 못하는 정당...
절단(切斷)할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