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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조국 지키기’ ‘이재명 지키기’ 그리고 ‘촛불’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조국 지키기’ ‘이재명 지키기’ 그리고 ‘촛불’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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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강물에 떠내려가는/마지막 꽃잎일세라/가지 마오/가지를 마오/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것은 양지은이 불러 히트를 했던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가사 일부다. 

원래 이 노래는 2014년 진모영 감독이 제작한 독립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출발한 것. 오래된 미국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 역시 물살이 거세고 위험한 강을 두 남녀(로버트 미첨, 마릴린 먼로)가 여행하면서 엮어내는 러브 스토리.

이처럼 영화에 나오는 강은 감동을 안겨주지만 우리 정치에 등장하는 강은 갈등과 분열이 상징처럼 되어가고 있다. ‘조국의 강’이니 ‘이재명의 강’이니 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 ‘강’은 넘어야 할 갈등과 분열의 의미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자신도 지난 대통령 후보 시절 ‘조국의 강을 건너보려고 했는데 강폭이 넓어 못 건넜다’라고 했다. 강폭이 넓었다는 것은 그만큼 갈등과 분열의 도가 깊고 컸음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7월 민주당 대표에 출마하려다 후보 등록이 반려되어 뜻을 이루지 못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기득권이 됐기 때문이다”라면서 “조국을 넘지 않고는 진정으로 반성도 쇄신도 없다. 제가 대표가 되면 반드시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에도 ‘조국의 강’ 이야기를 했다.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에 대해 당당히 수사에 임하고 의혹을 씻지 않으면 제2의 조국 지키기가 재연될 것이라 경고했다. 극렬 팬덤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도 했다. 당시 검찰 소환에 불응해야 한다는 강경 무드가 팽배했던 당 분위기와는 상당히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조국의 강’은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소가 알려지자 9월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는 소위 서초동 집회가 열려 ‘이재명은 죄가 없다’, ‘야당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바로 이 자리에서 2년 전 조국 수호를 위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기 때문에 ‘조국 지키기’가 ‘이재명 지키기’로 이어지고 그래서 ‘조국의 강’은 지금도 건너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오히려 강물은 더 거세지고, 더 넓어지며 이젠 정말 건널 수 없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미 ‘검수완박’을 위해 위장 탈당 등 무리수를 던진 민주당은 내친김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법안을 발의시켜놓고 국정감사에서는 김건희 여사 관련 증인들을 대거 불러놓은 상태.

그런 데다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해수부 공무원 서해 피살’ 사건과 관련 서면질의를 시도하자 드디어 금기의 언어가 튀어나왔다.

민주당의 박범계 야당탄압대책위원장이 ‘국민저항’을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촛불’을 거론하거나 ‘대통령의 임기도 보장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무서운 언어들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린 광화문 광장의 촛불시위의 재현인가?

그렇게도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질의 요구가 무례한 것이고 촛불을 들어야 할 국기문란인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오래전부터 거론돼온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국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게 할 사항인지…

또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교참사의 십자가를 지워 민주당 일방적으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사실 이렇게 해서 ‘이재명의 강’이 건너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박지현 전 위원장의 주장처럼 당당히 수사에 임하고 의혹을 씻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검찰 소환을 휴대폰 문자로 알린 민주당 당직자가 ‘전쟁입니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사법적 법리의 다툼이다. 그러면 어떤 강도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의 강은 촛불이 아니라 명쾌한 법리투쟁으로만 건널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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