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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하고, 무장한 예언자는 승리한다”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하고, 무장한 예언자는 승리한다”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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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군주론(君主論)>의 저자로 유명한 마키아벨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던 이탈리아 사보나롤라는 오늘 우리 정치판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

사보나롤라는 가톨릭 수사로서 1490년 메디치 가문이 세운 산 마르코 수도원의 원장이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메디치 가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후원하여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메디치 가문이 세운 수도원이어서 그 세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런 수도원의 원장이 된 사보나롤라는 언변이 뛰어났고 사회 비리, 심지어 교황청과도 대립할 만큼 정의실현에 열정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1494년 11월, 프랑스가 이탈리아로 쳐들어왔다. 샤를 8세 왕이 직접 프랑스군을 이끌고 진격해 온 것이다.

피렌체를 비롯 이탈리아 전체가 극도로 긴장한 것은 물론이다. 프랑스군을 대적할 형편이 못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사보나롤라가 단신으로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는 진영으로 샤를 8세 왕을 찾아갔다.

프랑스 왕은 사보나롤라의 설득에 완전히 감동하여 즉시 그의 군대를 철수시켰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언변으로 적을 물리친 그야말로 대단한 쾌거였다. 그러자 시민들이 더욱 열광하게 되었고 그로 하여금 1494년부터 1498년까지 피렌체를 통치하게 하였다.

이렇게 언변으로 권력을 잡은 그는 성공적인 정치를 했을까?

아니다. 시민권리를 주장하며 교황청과도 맞섰던 그는 집권을 하는 동안 다섯 명이나 사형을 집행했는데 그들에게 항소권마저 주지 않아 시민권리를 박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것을 본 마키아벨리는 그의 ‘군주론’에서 ‘누구나 권력을 잡으면 변한다’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런 데다 수도원 생활만 했던 그는 친위세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자신의 권력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소신을 잃고 흔들렸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이런 현상을 보고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하고 무장한 예언자는 승리한다’라고 갈파했다.

하지만 사보나롤라는 교황청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불화가 계속되자 1498년 교황청은 피렌체 시민들의 재산은 전 유럽 누구든 강탈해도 좋다는 선언을 했다. 사보나롤라는 더 버티지 못하고 굴복했지만 이번에는 전염병과 경제난이 닥쳐왔다.

그러나 수도원장 출신으로서는 이를 다스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시민들은 사보나롤라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비로소 그는 언제든 시민들의 마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나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후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결국 그는 우여곡절 끝에 1498년 5월 23일 투옥돼 고초를 겪다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에서 불에 태워 죽게 하는 화형을 당하고 만다. 

그렇게 그는 뛰어난 언변으로 불같이 일어나 권력을 잡았으나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지금도 피렌체 시청 앞 광장에는 사보나롤라가 화형당한 장소에 기념 동판이 새겨져 있다.

그가 이렇게 비극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순수한 열정은 있었으나 수도원 출신으로 정치 기반이 취약하여 친위세력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크게 지적되고 있다.

또 그 시대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던 교황청과의 불화도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자신을 뒷받침해 주었던 메디치 가문의 몰락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가뭄이나 전염병, 그리고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은 뛰어난 언변으로 해결될 수 없음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 아닐까?

그래서 마키아벨리의 다음과 같은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한다. 그러나 무장한 예언자는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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