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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과이불개(過而不改), 정말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황환택의 頂門一針] 과이불개(過而不改), 정말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2.12.22 00:00
  • 수정 2022.12.2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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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過而不改(과이불개), 是謂過矣(시위과의)” 즉 잘못하고도 이를 고치지 않으면 이를 잘못이라 한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한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논어(論語)의 <위령공편>에 등장하는 이 말을 선정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누구나 실수도 한다. 그러나 실수를 하고도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말이다.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50.9%의 득표율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으니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아프게 평가하는 한마디다.

’과이불개‘의 추천 사유로 정치권의 행태를 들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이전 정부가 더 잘못했다.’, ‘야당 탄압’이라 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당리당략에만 빠진 한국형 후진 소인배 정치를 비판한 것이다. 

158명의 젊은이가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정부, 민생 경제가 벼랑 끝까지 몰려 서민들이 눈물을 흘려도 당리당략에 빠져 아무도 돌아보려 하지 않는 정치권, 법정시한을 모두 넘기고도 새해 예산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국회, 거짓말이 드러나도 사과 한마디 없는 정치인들이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소는 잃어도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데 아무도 외양간을 고치려 하지 않으니 누가 소를 다시 키우고 싶을까. 그러고도 또 선거 때가 오면 혼자 나라 사랑, 지역 사랑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는 표를 달라고 머리를 조아릴 정치인들에게 누가 웃으며 표를 주겠는가. 

2위에 오른 사자성어는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欲蓋彌彰)’이다. 대학의 연구 논물 표절에 대한 대학의 대응 방안과 이태원 참사에 대하여 진상 조사도 없이 묻어버리려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 뒤를 잇는 말은 ‘누란지위(累卵之危·여러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마치 알을 쌓아 놓은 듯 위태롭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서민의 삶은 허리가 휜다. 최강 한파가 몰아치는 들판에 벗고 선 느낌이다.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각종 위기 상황이 우리 사회를 덮고 있다. 누가 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을까. 

다음 순위에 선정된 사자성어는 ‘문과수비’(文過遂非·잘못을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다. 잘못하고도 그럴듯하게 꾸미고 잘못된 행위를 그대로 따라 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판한 것이다.

’군맹무상‘(群盲撫象·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한다)도 상위에 선정되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는 자신이 만진 코끼리의 모습을 전부로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지난해의 사자성어는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라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지켜야 할 고양이와 훔치려는 쥐가 한패가 된 아픈 우리의 모습이었기에 올해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기원했는데 결국 ‘과이불개’로 마무리되니 국민에게 가슴 뛰는 감동을 줄 사자성어가 뽑힐 날은 언제 오려나. 

공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인간은 잘못도 실수도 할 수 있다. 다만 잘못했으면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며칠 안 남은 연말, 우리 모두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참회개과(懺悔改過) 해야 한다. ‘참회(懺悔)’는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것이며 ‘개과(改過)’는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것이다. 

새해엔 어떤 사자성어가 선정될까. 지난해에 희망했던 태평성대(太平聖代)는 이미 물 건너갔고 자기의 잘못을 고쳐 착하게 된다는 ‘개과천선(改過遷善)’, 모든 것이 뜻대로 잘되라는 ‘만사형통(萬事亨通)’, 정치가 잘되어 온 세상이 평화롭다는 ‘천하태평(天下泰平)’을 희망하는 것은 나만의 과한 욕심일까.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정말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오늘은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왠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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