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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그는 왜 불출마를 선언했을까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그는 왜 불출마를 선언했을까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4.02.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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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얼굴과 신상이 공개된 흉악범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찰 호송차에 실려 가기 직전 기자들이 달려든다.

카메라가 바쁘게 움직이고 취재 기자들이 흉악범에 마이크를 들이대며 질문을 던진다.

“왜 사람을 죽이셨습니까?”

“돈은 어디에 쓰셨습니까?”

“한 말씀만 해주세요.”

정말 보기가 민망한 것은 사람을 잔혹하게 죽인 살인범에게 기자가 이렇게 존댓말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기자가 흉악범에게 “왜 죽이셨습니까?”하고 존댓말을 쓰는 데가 또 있을까?

그런데 이렇게 흉악범에게도 존칭어를 쓰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장면이 있다.

2015년 9월 2일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가 국회에서 대표 연설을 했다. 그런데 중간에 여당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너나 잘해!” 하고 고함을 했다.

다른 의원들도 안철수 대표의 이름 ‘철수’를 가지고 “철수해요! 철수”하고 거들었다. 국회가 금세 난장판이 되었다.

당 대표의 연설이 아니더라도 의원이 발언을 방해하는 것, 거기다 존댓말이 아닌 막말로 ‘너나 잘해!’ 하는 것은 품격 있는 국회의 모습은 아니다.

더욱이 상대 이름을 가지고 조롱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너나 잘해!’라는 막말이 하나의 유행어가 되어 지금도 자신을 비난하는 측에 ‘너나 잘해!’가 일상화되었다.

이 맛에 정치인들은 막말이라도 사람들 인상에 심어줄 말이라면 서슴지 않고 쏟아낸다.

심지어 정당의 대변인 발표문까지도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둥 막말에 가까운 저급한 어휘가 등장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렇게 자극적인 표현을 해야 언론에서 주목을 받는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사실 일부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 발언의 본질보다 그런 막말을 잘 받아쓰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xx’ 같은 부호를 쓰지만 ‘xx’가 무슨 뜻인지 모를 시청자나 독자는 없다.

한동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 문법’을 쓰지 않고 ‘5,000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한 것도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여의도 문법’에는 장·차관 불러 놓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듣지 않고 호통만 치고 끝내는 것, 자신의 발언에 중대한 실수를 해놓고도 사과를 않는 뻔뻔함 등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최근 교육개발원이 교육정책 인식조사에서 정치인 신뢰도가 23.4%로 최하위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이처럼 ‘여의도 문법’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몇몇 현역 의원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모두들 공천을 받기 위해 온 힘을 다 쏟고 있는데 결격 사유도 없는 유능한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는 것은 왜일까?

세종시 출신 민주당 홍성국 의원도 그중의 하나다.

홍 의원은 널리 알려진 경제통으로 민주당에서 영입하여 국회에 진출했다. 그는 국회에 들어가면 경제사회 구조의 개혁을 위해 자신의 뜻을 펴겠다는 의욕으로 국회 배지를 달았다.

그런데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으로서 보다 강연이나 포럼 등 활동을 하는 것이 개혁 운동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국회에서는 백날 주장해도 하나도 실현이 안 된다는 말도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진지하게 정책 토론을 하는 ‘토론의 장’은 실종되고 고함과 막말만 가득하니 지성을 갖고 있는 의원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아니더라도 강성 의원과 ‘개딸’로 상징되는 팬덤정치가 대세를 좌우하고 친명, 비명, 수단 방법 안 가리는 공천 전쟁―이런 정치판에서는 숨 막힐 의원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출마 포기를 선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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