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색직업人] 버블리스트 이형근 “동화 같은 일에 푹 빠져 있죠”

[이색직업人] 버블리스트 이형근 “동화 같은 일에 푹 빠져 있죠”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1.21 14:17
  • 수정 2021.03.02 17:2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에겐 행복을, 어른에겐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법 같은 일

버블리스트 이형근 씨. / 사진제공=이형근
버블리스트 이형근 씨. / 사진제공=이형근

[뉴스더원=남유진 기자]  어린 시절 문구점에 가면 어디서든 비누방울 놀이 장난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모여 호호 불면 하늘을 향해 날아가다 어느 순간 ‘퐁’하고 터지고야 마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이 비눗방울 놀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버블리스트’가 있다. 이들은 비눗방울로 다양한 모형을 만들기도 하고 그 안에 사람을 쏙 집어넣기도 한다. 가히 예술의 경지에 이른 이들을 ‘버블리스트’라고 하는데 국내에는 약 10여 명 정도로 매우 생소한 직업이다. 국내 버블리스트 중 핫한 이형근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편집자 주. 


‘버블리스트’는 정말 희소한 직업인데 언제 처음 접하게 됐나.
고2 때 ‘버블쇼’를 처음 접하고 바로 2년가량을 배운 후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을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 차다. 처음에는 마술을 하고 있었다. 원래 멋을 추구하고 퍼포먼스를 중시해 당시 ‘버블쇼’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명한 버블리스트의 공연을 보고 나서 그 매력에 매료됐다. 특히 아이들이 마술을 볼 땐 ‘어떻게 속인 걸까?’ 하고 의심과 편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데, 버블쇼는 비눗방울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아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공연을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물하고 싶은 거라 내 비전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고집하던 마술을 내려놓고 내게 버블쇼를 처음 접하게 한 버블리스트 분 밑에서 열심히 배웠다. 

이형근 씨가 아이들 앞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이형근
이형근 씨가 아이들 앞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이형근

버블리스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국내에 ‘버블쇼’로 이름을 알린 분이 약 10명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 공연은 날씨, 바람, 온도, 습도 등 여러 가지의 부분에서 영향을 받기에 항상 섬세해야 한다. 대부분의 관객은 아이들이지만 나이가 든 분들도 아주 좋아하며 강제로(?)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다. 그리고 작은 비눗방울도 만들지만, 성인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큰 비눗방울도 만든다. 실제 비눗방울 속에 사람을 쏙 집어넣기도 하고 연기를 넣기도 한다. 또 사물 혹은 동물을 만들기도 하는 등 신개념 예술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어렸을 때도 비눗방울 놀이를 좋아했나.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화장실에서 세숫대야로 물에 퐁퐁을 타서 한 시간은 거뜬히 갖고 놀 만큼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항상 엄마에게 혼났는데도 나도 모르게 손을 비누로 씻을 때면 다시 비눗방울을 만들곤 했다. 하나 만들어 손 위에 올려 자세히 보면 표면이 알록달록하게 무지갯빛을 띠는데 그게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버블쇼 의뢰가 들어왔을 때 프로그램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기획하나.
우선 공연 장소가 실내인지 야외인지를 파악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실내는 디테일하고 우아한 버블쇼를 볼 수 있지만, 바람이 항상 불고 비눗방울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야외에서는 그 바람을 이용해 더 크고 다채로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바람의 강도에 따라 도구나 공연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버블리스트들은 항상 날씨부터 확인한 후 모든 걸 결정한다. 

공연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자폐나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이 생활하는 복지센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그분들이 몸이 불편한데도 내 버블쇼를 보며 박수도 치고, 한 손이 불편하면 다른 손으로 휠체어를 두드리고, 두 손 다 불편한 분들은 발을 구르거나 환호하는 모습에 정말 행복했다. 공연 도중 너무 감사한 마음에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내게 와서 너무 재밌다고 칭찬하는 그 따뜻한 말과 격려에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이후 복지센터 행사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앞으로도 코로나가 종식되면 열심히 봉사를 다닐 생각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공연이 취소됐는데 버블쇼 쪽은 어떤가.
마술이나 다른 공연들은 영상으로라도 공연을 하는데, 이쪽은 영상으로는 비교적 흥이 안 나는 공연이라 현재는 코로나의 타격이 적은 아주 먼 지방 쪽에서만 공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위기를 새로운 버블쇼 콘텐츠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의 버블쇼를 보여드릴 계획이다. 

이형근 씨가 비눗방울 안에 여러 개의 비눗방울 넣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사진제공=이형근
이형근 씨가 비눗방울 안에 여러 개의 비눗방울 넣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사진제공=이형근

이 직업에 대한 비전과 전망은 어떤가.
관객분들이 비눗방울 자체를 너무 좋아해 주셔서 이 직업의 진입장벽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많은 공연자분이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도전하고 있으니 대중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같은 전문적인 버블리스트들도 안주하지 않고 보다 나은 공연과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발전되고 큰 행복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어떤 버블리스트가 되고 싶은가.
전에는 현실과 타협해 공연을 그만두고 3년간 공사현장에 나가 일을 한 적이 있다. 공연을 다시 시작하니 3년간 ‘내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믿어주는 아내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순간을, 어른들에게는 힘들고 지친 날들을 다 잊고 동심에 빠질 수 있는 공연을 선물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행복한 타인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는 동화 같은 일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