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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봄꽃이 지더라도 제대로 해야 할 청와대 이전

[황환택의 頂門一針] 봄꽃이 지더라도 제대로 해야 할 청와대 이전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2.03.24 00:00
  • 수정 2022.10.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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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번지에 있는 청와대, 이곳은 단지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심장부이자 상징이다.

20대 대선이 끝난 지금 우리는 청와대 이전이라는 또 다른 전쟁을 지켜보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이 “봄꽃이 지기 전에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공언했다.

평소 칼을 쓰던 윤 당선자는 검술의 고수답게 갈고 닦은 쾌검(快劍) 한 수를 선보인 것이다. 입문 8개월의 정치 새내기가 내지른 비장의 한 방이다.

원래 청와대는 일제가 1910년부터 경복궁을 조선총독부 청사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공원화하였고, 조선 총독의 관사로 구본관 자리를 선정하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이승만 대통령은 과거 이곳에 있던 경무대의 이름을 따서 ‘경무대’로 명명하여 집무실 겸 관사로 사용하였다.

​1960년 4.19혁명 후 윤보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경무대에 대한 국민의 인상이 좋지 않다고 이름을 바꾼다. 본관 2층 화강암 석조에 청기와[靑瓦]를 덮어 ‘청와대’란 명칭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사실 청와대 이전 공약이 처음은 아니다. 벌써 30년 전인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후보가 광화문 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처음 공약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세종시 이전을 내걸었다. 가깝게는 현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공약을 실천하지 못했다. 만약 윤석열 당선인이 과거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실천한다면 우리 정치가 권위적인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헌정사에 남을 일이 될 것이다.

왜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을까? 그것은 청와대로 대변되는 불통의 이미지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위를 벗어나겠다는 의지였다.

우리는 여기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든 왜 집무실을 이전하느냐의 원론적인 문제를 다시 상기해야 한다. 공간을 이동하는 것에 따른 여러 문제가 따르나 청와대는 오랫동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단지 현실적으로 그 공간을 벗어나 국민과 가까이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와 태도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 그렇기에 역대 대통령들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을 것이다.

문제는 시기와 절차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혼돈 그 자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경제를 흔들며 유가·광물·곡물 같은 모든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미·중의 경제 패권 다툼은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국내 정세도 만만하지 않다. 코로나 확진자의 세계 1위 폭증, 북한의 미사일 도발, 부동산 가격 폭등, 청년 실업, 자영업자와 영세업자의 경제적 어려움, 생활 물가 상승 등 급한 현안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청와대 이전이라는 이슈가 블랙홀이 되어 현안들을 삼켜버린 형국이다. 당선인의 의지를 모르지는 않으나 청와대 이전이 첫 번째 국정과제가 될 필요는 있을까 우려된다.

인수위는 상징적 의미가 될 청와대 이전은 과정과 절차에 따라 조금 천천히 진행하고 현재 대한민국에 드리운 어두운 경제의 그림자를 걷어낼 국정운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청와대 이전은 급히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갖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일반 서민도 이사하려면 몇 달이 걸린다. 하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그리 간단하겠는가. 이전 장소 확보, 이전 비용, 보안과 경비 등 검토해야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서두르면 탈이 난다.

진정한 소통은 시장을 방문하여 어묵 먹고 길가에서 마주친 시민과 사진 찍고 막걸리 한잔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소통은 참신한 인사와 정책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미래 비전과 시대에 맞는 올바른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해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자칫 잘못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묵은 폐해를 버리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청와대 이전의 목적이 수단으로 전도(顚倒)될 우려가 있다.

국민 속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의 입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의 의지가 문제다.

쾌검은 가끔 자기를 베기도 한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정확하게 상대의 급소를 찔러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고수의 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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