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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문재인 대통령님, 이제는 떠나실 시간입니다

[황환택의 頂門一針] 문재인 대통령님, 이제는 떠나실 시간입니다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2.03.31 00:00
  • 수정 2022.10.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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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핀 꽃은 다 아름답다. 문제는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정권을 잡고 화려하게 필 때야 무엇을 하든 거칠 것이 없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을까마는 문제는 정권을 놓고 떠나야 할 때의 모습이다.

열흘 붉게 핀 꽃이 없다 해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는데 봄날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던 정권도 5년이 지난 지금 그 꽃이 지고 있다. 

이상하게 정치인들은 ‘낙화’라는 시를 즐겨 인용한다. ‘낙화’라는 시는 우연히도 조지훈, 이형기 시인의 시가 제목이 같다. 

조지훈 시인의 '낙화'의 첫 행,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로 시작한다. 그렇다. 정권 연장에 실패했더라도 민심이라는 바람을 탓할 일이 아니다. 마지막 행,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처럼 어쩌면 문 대통령도 울고 싶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형기 시인은 말하지 않았던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길었을 5년이지만 당신에게는 매우 짧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 권력인데 그 권력을 내려놓기가 어찌 쉬울까. 그래도 때가 되면 그 화려한 권력도 내려놓아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축제도 그 끝은 있다. 축제가 끝난 자리는 어지럽기만 하다. 아직도 축제의 화려함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아름답지 못하다. 사상 초유의 신구 권력의 대립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축제의 끝 마당은 참 불편하기 그지없다. 

헌법 제1조 제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꼭 인용하지 않더라도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은 5년 동안 잠시 세를 놓은 것이다. 세를 사는 사람이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전세 기간이 끝난 세입자에게 주인이 집을 내어놓으라 하면 내어주어야 한다.
 
새로운 집의 세입자는 그 집을 본인의 의도대로 꾸미고 운영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전 세입자가 그 집의 가구를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못질을 하고 나가면 참 답답하다. 

5년 잘 살고 나가는 마당에 다음 세입자에게 그 집을 꾸미고 살 권리 정도는 인정해주는 것이 미덕이 아닐까. 그런데 아직 세입 기간이 남았다면서 당신도 5년 후에 그렇게 하라는 기세등등한 모습은 참 아름답지 못하다. 

알박기는 개발 예정지의 땅 일부를 먼저 사들인 뒤 사업자에게 고가로 되파는 부동산 투기 수법이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대략 350곳이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별로 없다. 전체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34곳(66.8%)의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이나 남아있고, 2년 이상 남아있는 곳도 무려 151곳(43.1%)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이사 등에 대한 임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캠코더 알박기’를 해버린 탓이다. 세입 기간이 끝나고 떠날 집에 너무 많이 못을 박았다. 그 못을 함부로 빼지 못하는 것을 잘 알면서 말이다. 

이러한 신·구 권력의 갈등과 충돌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집이 부서질까 걱정이다. 서운함이야 왜 짐작하지 못할까마는 문 대통령은 이제 집을 비워주고 새로운 세입자의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책무는 원활한 정권 인계를 통해 국정 불안을 없애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른 시일 안에 만나 국민 불안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늘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았던가.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그 집에 들어가겠노라고 말이다. 그러니 제발 그만 싸우고 이 험난하고 어려운 시기를 사는 국민을 바라보기 바란다.

승자는 아량을 보이고 물러나는 자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주인인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짧으면 5년 후, 길면 역사가 당신들을 평가할 것이다. 

문 대통령님, 당신의 꽃은 이제 ‘분분(芬芬)한 낙화(落花)’가 되어 아름답게 져야 합니다. 그래야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당신이 떠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아름답게 떠나야 우리는 당신에게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당신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작별의 시간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안히 그리고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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