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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골리앗의 오판

[황환택의 頂門一針] 골리앗의 오판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2.06.02 00:00
  • 수정 2023.01.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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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정가(政街)에서 패장에게 하지 못하게 타이르는 금칙(禁飭)이 있다. ‘보고 싶을 때까지 나타나지 마라. 비우고 더 채워라. 역사가 부르는 곳에서 시작해라.’ 

사실 세상은 늘 승부가 갈리는 경기의 연속이다. 세상에서 관중을 흥분시키고 감동을 주는 것은 약자가 절대 강자를 이기는 경기다. 바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경기 말이다. 

골리앗은 9피트(약 274cm)나 되는 거인이다. 그와 싸운 다윗은 군대 생활도 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으로 양을 치는 목동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처럼 두 사람이 막상 싸웠을 때 골리앗은 다윗이 던진 돌에 맞아 죽는다. 

사실 골리앗 입장으로 보면 좀 억울한 싸움이다. 이기면 본전, 지면 X망신인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인은 이런 경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이겨도 남는 것은 없고 지면 짐을 싸야 하는 그런 싸움 말이다. 

한국 정치사를 살펴보면 늘 골리앗 같은 정치인의 힘을 빼거나 혹은 영향력을 감소시키고자 이런 싸움을 붙이곤 한다. 이런 싸움은 상대편뿐만이 아니라 같은 편에서도 붙인다. 어쨌든 정치판은 모두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어제 끝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곳은 서울시장선거도 경기도지사 선거도 아닌 인천 ‘계양을’이었다. 바로 83일 전에 끝난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와 최소 표차(0.73%p)로 낙선한 이재명 후보가 출마하였기 때문이다. 

그의 상대는 20대, 21대 총선에서 두 번 모두 낙선 경력의 ‘0선’의 무명 정치인이었다. 그는 스스로 다윗이라 칭하고 있으니 이재명 후보가 골리앗이 된 것이다. 

사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이번뿐만은 아니었다. 물론 골리앗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중은 늘 역전승에 열광한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는 아직도 인구에 회자 된다.
 
지난 총선에선 다윗이 골리앗을 잡았다. 골리앗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 거물 나경원을 의원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은 이기고도 졌다. 기대했던 '이재명 효과'도 없고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다가 정치적 숨을 거두기 직전 겨우 인공호흡을 통해 생명만이 유지된 상황이다. 

사실 이재명의 이번 선거의 도전은 오판투성이였다. 대선 패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나 분석 하나 없이 조급했다. 본인 선거가 어려울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전국 지원’ 운운하며 그는 머리를 들었다. 그는 골프와 정치는 머리를 쳐든 순간 진다는 진리를 잊었던 게다. 

전국 어느 곳에도 이재명의 사진이 걸린 현수막은 찾기 어려웠다. 모두가 이재명을 피한 이유가 있었다. 오직 그만 몰랐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의 ‘오판’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앗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의 ‘몰락’을 가속화 한다는 점이다. 

대선에서 얻은 47.83%의 득표율은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되었다. 그는 그냥 덩치만 큰 골리앗이 되었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조기 등판했고 이렇게 죽었다. 

이재명은 부활할 수 있을까. 그것은 오직 그에게 달렸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세로 머리를 들지 않는다면 언젠가 부활할 것이다. 

이제는 당권, 대권, 함께 떼로 몰려다니는 ‘개딸들’도 다 내려놓고 초심의 자세로 스스로 돌아보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 길만이 죽은 골리앗이 사는 길이다. 

그리고 이 금칙(禁飭)을 꼭 다시 새겨 보아야 한다. 

‘보고 싶을 때까지 나타나지 마라. 비우고 더 채워라. 역사가 부르는 곳에서 시작해라.’ 

물론 참지 못하고 채우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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