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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맹장(盲腸)과 국무총리에 대한 단상(斷想)

[황환택의 頂門一針] 맹장(盲腸)과 국무총리에 대한 단상(斷想)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2.05.19 00:00
  • 수정 2022.10.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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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맹장(盲腸)은 참 묘한 기관이다. 맹장은 척추동물에서 소장에서 대장의 끝에 있는 길이 6cm가량의 주머니 모양으로 되어있다. 

진화론자들은 맹장도 원래 존재하던 기관이었으나 환경에 적응하는 동안에 퇴화하여 없어진 흔적 기관이라 한다.

맹장의 꼬리, 즉 충수는 같은 포유동물인, 소 따위의 초식 동물에서는 매우 길다. 그런데 사람은 별 필요가 없으므로 차츰 짧아져서 거의 모양만 남고 퇴화했다. 

갑자기 웬 맹장 이야기를 하느냐는 분도 계실 것이다. 국무총리 이야기다. 세간에서 국무총리를 맹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대통령제에서 국무총리의 존재는 모호하다. 우리나라 「제헌헌법」상 국무총리는 의원내각제의 수상으로서의 성격이 있었다. 그러나 현 대통령제에서의 행정부 제2인자인 지위가 그 근본 성격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를 일상적으로 보좌하는 지위를 가진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로 행하는 모든 문서에 서명하고,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과 답변을 통하여 국회와 행정부 간의 업무를 원활하게 한다. 그리고 국무총리는 국무위원과 행정각부의 장 임명에 대한 제청권과 국무위원의 해임건의권을 가진다. 

국무총리는 헌법상 이렇게 많은 권한이 주어지나 대통령제에서 보면 맹장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필요해서 만들었으나 이제는 퇴화한 그런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밝혀진 것을 보면 맹장은 많은 양의 유익균 박테리아를 번식시킨 다음 해로운 물질을 중화하기 위해 결장과 다른 내장에 공급하는 기능이 있다 한다. 즉 맹장이 박테리아의 안전 가옥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참 위대한 ‘신의 지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퇴화한 맹장과 같은 국무총리의 역할은 정말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 정국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은 갈등의 핵이다. 인준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발목잡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국민의힘도 별 할 말은 없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이낙연·정세균·김부겸 국무총리 인준에 ‘발목잡기’한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답답하다. ‘한덕수 불가론’을 기치로 내걸 태세였던 민주당은 속도 조절에 나선다. 당 원내지도부는 한 후보자 인준 동의 여부를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으나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 인준을 인질로 다른 장관들을 낙마시키려는 것이 구태 중 구태라는 공격이 따갑다. 거기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고 나니 뒤통수가 서늘하다. 

그래도 아무리 총리가 맹장과 같은 존재더라도 행정부의 제2인자다.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는데 총리도 없이 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양이 빠진다. 

아무리 정치인이 국가의 부강과 국민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하여도 별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총리 인준을 잡고 늘어지기에는 국내외 상황이 너무 나쁘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도 인준이 되면 퇴화한 맹장처럼 존재가치도 없이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견된 맹장의 기능처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역할을 하기를 당부한다. 

맹장염(盲腸炎), 6cm의 아무리 별 역할 없는 맹장이라도 염증이 생기면 칼을 대고 수술을 해야 한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염증 없는 맹장 같은 총리를 꿈꾸는 것은 그냥 꿈일 뿐일까. 

‘신의 한 수’가 빛나는 맹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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