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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의 횡단여행] 이집트의 밀착경호(?)

[전운성의 횡단여행] 이집트의 밀착경호(?)

  • 기자명 전운성
  • 입력 202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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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뉴스더원=전운성 횡단여행가] 오래 전 일이긴 하나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작은 이야기다. 비록 1박2일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생 처음으로 밀착경호(?)를 받았던 일이다.

'경호'라고 하면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를 사전에 방지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모든 안전 활동을 말한다.

거기에 실질적인 위험이 가해 질 경우 밀착경호 또는 근접경호가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보통 국가원수 급이나 요인 등이 거리행사를 위하여 시가지를 행진할 때, 그가 탄 자동차를 둘러싸고 함께 뛰는 건장한 경호원들의 모습은 영화에서나 보는 별세계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런데, 평범한 배낭여행자 입장에서 자동차를 에워싼 채 뛰는 밀착 경호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지만, 경호원들이 근접한 거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따라다니는 일은 정말 불편하였거니와 과연 나에게 그럴 필요성이 있는지 스스로 자문했던 일이다.

사실 그간 농업경제학도로서 관심이 컸던 인류문명의 발달과 식량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7월의 어느 날 김광종 박사와 함께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내렸다. 그리고  카이로대학 농경제학과를 방문하기 위해 파이윰 오아시스 한가운데 자리한 캠퍼스 정문 앞에 섰다.

오아시스라고 해서 처음에는 낙타 대상들이 쉬어가는 사막 한가운데의 작은 마을쯤으로 생각했지만, 그 넓이는 이집트 전체 면적의 0.14% 정도에 불과하나 서울시 면적 두 배가 넘는 약 1400km²에 인구도 300만 명을 상회하는 거대한 오아시스였다.  

이집트 카이로 기자지구에서 낙타투어. ⓒ전운성
이집트 카이로 기자지구에서 낙타투어. ⓒ전운성

아무튼 한국을 출발하기 전에 학과장에게 오아시스 농업에 관한 자료도 얻고, 현지 농장 등을 견학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띄워 놓기는 했다. 그런데, 막상 그곳은 우리의 생각과 달리 치안 관계상 대학 내를 맘대로 들락날락 할 수 없었다. 그저 한참 동안 무장한 정문 경비실에 대기해야 했다. 

그야말로 우리는 발 닿는 대로 가는 배낭을 멘 나그네일 뿐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뿐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렇게 기다리게 한 것은 경호원 수배 때문이었다.

드디어, 'OK'라는 얘기에 학과장을 만나 다양한 대학의 연구시설 등을 둘러봤다. 캠퍼스 내에 시설을 확충하려고 땅을 파면, 고대유물들이 줄줄 발굴되어 진행이 더디다는 얘기를 들으며 찬란했던 고대문명을 다시금 이해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캠퍼스 내 시설 견학을 끝내자 오아시스 내의 여러 농장투어를 안내한다며, 안전을 위해 경호 차량 두 대가 동행한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했지만, 경찰차 등 두 대에 분승한 무장 경찰 10여 명이 우리 차를 가까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군 복무시 국가원수 등을 위해 도로 경계를 나섰던 일은 있었으나, 이처럼 어깨가 맞닿을 지근거리를 유지하며 보호를 받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특히, 오아시스 농촌마을을 지나며 울려대는 싸이렌 소리를 지켜보는 농민들의 모습에 민망한 생각마저 들었다. 망고농장 등을 견학할 때나 식사시간에 답례로 대접하려 해도 손을 저으며 자신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 들곤 했다.

더욱 놀랜 것은 하룻밤 묵은 호텔방 문 앞을 밤새며 지켜 준 그들이었다. 감사한 마음에 절로 두 손을 모았다.

이렇게 1박2일 간의 오아시스 견학을 마치자, 그들은 우리가 일정 간격으로  관광경찰이 늘어선 국도변에 들어서자 안전여행을 기원한다며 우리 곁을 떠났다.  

이집트 파이윰 오아시스 망고농장에서. ⓒ전운성
이집트 파이윰 오아시스 망고농장에서. ⓒ전운성

사실 이집트는 찬란한 고대문명의 발상지이긴 해도 지금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안전과 안보가 이 나라의 핵심 가치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나 납치 등은 이 나라의 경제발전에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대체로 이집트의 3대 외화 수입원은 수에즈운하 통행료와 인근 산유국에 송출된 노동자의 송금액 그리고 외국인 관광수입이다.

한번은 아스완에서 아부심벨 신전  유적지로 가는 도중 누비아 사막에서 테러공격을 받아 다수의 관광객이 사망하면서 관광객 수가 급격히 감소해 외화 수입에 큰 영향을 준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고방지를 위해 이집트의 대표적인 관광유적지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을 찾은 많은 관광객을 보호하는 낙타나 나귀를 탄 관광경찰이 끊임없이 주위를 돌고 있음을 본다. 관광객 보호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각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이집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사항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최근 도시화 및 사막화의 확대로 농경지 감소현상과 환경오염의 심화 그리고 나일강의 수원에 의존해야 하는 국가적인 스트레스를 지니고 있음도 본다.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의 모습은 숱한 세월의 흐름 속에 깨진 콧등과 수염이 뽑혀, 비록 얼굴은 조금 일그러졌지만 너무나 충성스럽고 당당한 모습은 이 나라의 관광안전을 지켜주는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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