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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의 횡단여행] 17만 여개의 조각 논이 3700계단, 세계 최대의 다랑이논

[전운성의 횡단여행] 17만 여개의 조각 논이 3700계단, 세계 최대의 다랑이논

  • 기자명 전운성
  • 입력 2022.11.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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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뉴스더원=전운성 횡단여행가] 요즘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지방소멸이란 차원을 넘어 보다 넓은 지역을 의미하는 지역소멸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음을 본다.

이렇듯 생기를 잃어가는 농어촌지역의 활력화를 위하여 각 기초지자체는 최근 중요농어업유산제도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농업유산제도란 무엇인가? 이는 한마디로 1972년에 시작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대한 2002년에 탄생한 21세기의 또 다른 인류유산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즉, 농업유산제도는 급속한 인구증가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수백·수천 년간 내려온 전통적인 농업유산이 보존과 관리 소홀로 훼손되거나 소멸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 넣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농업유산제도를 2012년 도입한 우리나라는 세계중요농업유산 5개 지역을 포함하여 총 29개의 국가중요농어업유산 지역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사는 강원지역에 아직 등재된 농어업유산이 없음에, 뭔가 시사점을 구해 볼까하여 국내 대부분의 농어업유산지역과 중국, 일본, 필리핀, 페루 등의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역을 방문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동시에 등재된 중국 운남성 원양현의 세계최대 다랑이논 지역을 방문하며 느낀 소회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름다운 여름철 하니족 다랑이논. (사진=전운성)
아름다운 여름철 하니족 다랑이논. (사진=전운성)

코로나가 확산되기 얼마 전, 중국 운남성 곤명을 떠나, 7월 하순 어두운 새벽에 원양현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도착한 줄로 모르고 침대버스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어두운 침대 사이로 손전등을 비추며, '할로우! 할로우!' 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일어나니 승객의 반은 이미 내렸고, 나머지 반은 차안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이 여인은 남편과 더불어 작은 호텔과 여행사를 겸한 사장이었다. 그녀는 침대버스 기사가 한국인 승객이 있다고 알려줘 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이곳에 오면서 두어 번 야간검문을 받았다. 이곳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운남성이라 탈북자의 월경을 막으려고 외국여권 소지자에 대한 엄격한 검문을 하고 있었다.

우선 다랑이논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소수민족인 홍하 하니족 마을을 둘러보았다. 애뢰산맥의 한 줄기인 7부 능선에서 보니, 여기저기에 2-4층 구조의 전통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현의 인구 약 40만 중 90% 정도가 소수민족인 하니족으로 대부분이 농사지으며 어렵게 살고 있음을 느꼈다.

여름철 다랑이논과 마을. (사진=전운성)
여름철 다랑이논과 마을. (사진=전운성)

다랑이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하여 층층이 만든 계단식 평원이다. 다랑논의 역사는 논농사의 역사와 그 기원이 같아서, 당나라 이후 송대에 걸쳐 평지가 부족한 산지마다 다랑이논이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그녀가 준 안내서에는 원양현은 해발 144m에서 2,939m에 이르며 산맥과 계곡 그리고 강 사이에 수많은 다락논이 펼쳐져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곳에 마련된 여러  곳의 전망대에서 경치를 보는 관광객들의 감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겨울철의 해가 돋을 때와 저녁놀에 비치는 아름다움은 모든 이들의 찬사의 대상이다. 이를 보기 위하여 세계의 사진작가와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1993년 3월 유명한 감독인 얀 레이마(Yan Layma)는 이곳 경관에 매료되어 여기서 결혼식을 하고, 하니족의 다랑이논을 주제로 <산의 조각가>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기도 했다.  

다랑이논으로 둘러싸인 하니족 전통가옥. (사진=전운성)
다랑이논으로 둘러싸인 하니족 전통가옥. (사진=전운성)

패달 다랑이논은 하늘이 가깝다는 뜻으로 해발 800m에서 2000m 사이의 경사지를 따라 오른 3700여개의 계단은 마치 하늘에 오르는 사다리 같다고 하는 등, 마법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곳 소수민족이 17만 여 개의 작은 조각의 논에 3000여만 평의 다랑이논을 가꾸며, 1000여 년 전부터 터전을 가꾸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이렇듯 농사짓기에 악조건인 상황 아래, 2천 년 전부터 만든 것이 오늘날까지 논이 망가지거나 붕괴되면 다시 세우는 등 식량을 조달하는 기능을 여전히 행하고 있음에 놀라울 따름이다. 즉, 사람의 손이 떠나거나 방치하는 등의 상태로 두면 농업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담소하는 홍하 하니족 여인들. (사진=전운성)
담소하는 홍하 하니족 여인들. (사진=전운성)

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곳 뿐 만 아니고, 세계각지의 평지의 평야지대는 다수민족인 한족이 주로 살고, 힘이 없거나 숫자가 적은 소수민족이나 소작농들은 산으로 산으로 밀려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는 서글픔이 앞선다. 이는 자연의 대한 도전에 앞선 숙명적인 삶을 위한 투쟁이었으리라.

그런데, 이런 다랑이논은 이 지역에만 국한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불과 5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베트남과 라오스 북부 그리고 태국과 미얀마의 산악지대의 국경을 넘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운남성의 이웃인 광서자치구의 다랑이논  세계중요농업유산지역에 연 80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와서 엄청난 수입을 올려준다. 이는 농업유산제도가 노리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과 이어지는 네팔 히말라야의 다랑이밭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급히 높은 산마루를 향하여 올라가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경이의 대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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