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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의 횡단여행] 멀리서 봐야, 제 모습이 보이는 마추픽추의 비밀

[전운성의 횡단여행] 멀리서 봐야, 제 모습이 보이는 마추픽추의 비밀

  • 기자명 전운성
  • 입력 2022.12.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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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뉴스더원=전운성 횡단여행가] 독특한 디자인의 현대식 건축물로 가득한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 내렸다.

이곳은 1960년대 내륙발전과 아마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수도를  옮겨 오기 전에는 평균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브라질 고원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한 허허벌판이었다.

그럼에도 브라질리아는 20세기에 건설된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도시는 설계할 때부터 거대한 비행기 형상을 따왔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도시를 두루 살피며, 비행기 조종석에 해당하는 부분에 나라를  움직이는 정부기관과 국회를 두고, 몸통 공간에는 호텔과 쇼핑 공간 그리고 오피스 등을 배치한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양 날개에는 주거지역과 상가지역을 배치하는 등  먼 상공에서 보면 틀림없는 거대한 항공기 모양이다. 그래서 세계건축 학도들의 견학코스가 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도시설계는 잉카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마추픽추. (사진=전운성)
마추픽추. (사진=전운성)

사실 이 도시를 방문하기 전, 말로만 듣던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안데스산맥 속의  해발 3399m의 잉카제국 수도 쿠스코와 마추픽추 주변을 찾아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중의 도시, 하늘의 정원, 잃어버린 도시, 숨은 도시, 요새 도시 등으로 불리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를 찾았던 기억은 너무 생생하다.  

즉, 쿠스코에서 약 80km 떨어진 마추픽추 행 기차에 앉아 밖이 훤히 보이는 투명유리 지붕 너머 험산준령의 경치를 감상하는 일은 마치 마법 캡슐을 탄 느낌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마추픽추는 높게 솟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공중도시로 오랜 세월 신비를 간직한 채 서 있었다. 잉카제국의 마지막 순간을 지킨 마추픽추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빙엄교수가 이곳에 처음 올랐을 때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매년 이곳을 방문하는 100만 명 이상의 탐방객의 탄성소리 이상이었을 것이다.  

산등성이 주거지역은 악어 모양, 계단식 경지는 퓨마 모양으로 건설된 마추픽추 모습 (자료는 구입한 잉카의 사크레드 계곡과 쿠스코) (사진=전운성)
산등성이 주거지역은 악어 모양, 계단식 경지는 퓨마 모양으로 건설된 마추픽추 모습 (자료는 구입한 잉카의 사크레드 계곡과 쿠스코) (사진=전운성)

마추픽추를 제대로 보기 위해 해발 3082m의 몬타나 마추픽추 산을 올랐다. 절벽을 절묘하게 깎아 만든 계단식 밭과 그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해발 2682m의 우아이나픽추 산은 이곳을 지키는 산신이었다.  

그리고 이 산을 끼고 도는 우루밤바 강과 조화를 이룬 모습은 매혹 그 자체였다. 또한 간이 쪼그라질 정도의 90도 가까운 바위 절벽에 ㄷ자로 홈을 파고 통로를 만든 잉카트레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산등성에 건설한 하늘의 정원도시는 종교, 주거, 농사구역 등으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았다. 또한 건축물 사이로 정교한 수로를 타고 물이 졸졸 흐른다.  이러한 험악한 오지에 도시를 건설하고 살던 잉카인들이 갑자기 사라진 수수께끼 같은 일에 많은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음을 본다.  

잉카 사크레드 계곡의 라마 모양의 계단식 경작지 (자료는 구입한 잉카의 사크레드 계곡과 쿠스코) (사진=전운성)
잉카 사크레드 계곡의 라마 모양의 계단식 경작지 (자료는 구입한 잉카의 사크레드 계곡과 쿠스코) (사진=전운성)

참으로 이곳은 잉카인들이 스페인 정복자들의 공격을 막고 식량생산을 위해 돌로  쌓아 올린 계단식 밭은 견고하였다. 그런데 이 정도의 규모로는 몇 백 명 정도만이 먹을 양으로 식량을 외부로부터 공급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마추픽추로 가는 길 도중의 거대한 사크레드 계곡에는 산 위로 뻗어 올라가는 엄청난 계단식 밭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이토록 깊은 계곡의 계단식 경작지는 잉카문명을 유지시킨 계곡 속의 식량 보고였다.  

이들 지역을 보면서 흥미를 끈 사실은 도시나 경작지 등의 시설을 만들 때는 그 주변 지형을 보고 거기에 맞는 동식물의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까이에서는 뭔지 알 수 없으나, 멀리서 보면 어떤 모양을 취하고 있는지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의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보는 나름의 철학이 아니었을까...

즉, 마추픽추 산등성이의 주거공간은 강력한 힘을 지닌 악어의 모양으로, 마추픽추의 경사진 계단식 경작지는 푸마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오얀타이탐보는 옥수수 모양으로, 쿠스코는 푸마의 외형을 띠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잉카인들은 다른 지역에 주거공간이나 계단식 밭을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나스카 지역의 지상화는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높거나 멀리서 보아야만 그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동식물의 힘과 용기 그리고 지혜와 종족의 번식과 번창을 갈구했던 것에서 나온 게 아닐까...

사실 마추픽추에서 구입한 ‘잉카의 사크레드 계곡과 쿠스코’라는 책을 읽으며,    현대식 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브라질리아가 비행기 모형을 따서 설계한 일도 잉카의  숨결이 지금까지 남미대륙 곳곳에 미친 영향이 아니었을까 느껴진다.  

이렇듯 신비한 비밀을 간직한 마추픽추를 떠나며, 고향이나 해외로 나가봐야 세계 속의 우리 모습이 어떤지, 그리고 지구 밖에 나가야 아름다운 지구를 제대로 볼 수 있음을 새삼 느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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