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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의 횡단여행] 4자조어(四字造語)로 음미해 보는 이웃나라 농업정책

[전운성의 횡단여행] 4자조어(四字造語)로 음미해 보는 이웃나라 농업정책

  • 기자명 전운성
  • 입력 2023.01.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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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뉴스더원=전운성 횡단여행가] 새해가 되면, 대통령은 물론 정부 각 부처 또는 각 단체장들은 저마다 새해 각오를 다지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4자성어를 발표한다. 이러한 4자성어는 대개 옛 성현들의 글귀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런데 오늘은 농업경제학도의 한 사람으로 한자문화권인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 등의 농업관련 현장에서 보고들은 얘기에 주목한다. 옛 성현들의 말씀이 아닌 최근 산업화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수많은 4자조어(四字造語)로  각국이 행한 주요 농업정책을 짚어 본다.     

우선 일본이다. 1970년대 초반 낙후된 농촌지역 발전을 위해 한 마을당 하나의 지역특산물을 생산하자는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이 일본 오이타현(大分縣)에서 시작하여 대박을 낸다.

이는 일본 내의 타 지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일촌일품 운동이 농정의 대세인양 치부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의 마술과 같았다.  

일촌일품 운동이 시작된 일본 오이타현의 농촌마을. ⓒ전운성
일촌일품 운동이 시작된 일본 오이타현의 농촌마을. ⓒ전운성

그 후 30여년이 지나 다시 일본 농촌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들에게 현재의 농촌은 일촌일품이 아니라 생산, 가공, 유통을 넘어 국민의 체험과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 등 모든 것을 제공하는 일촌만물(一村萬物)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다며 박수로 동의를 표시해주어 스스로 놀랐다.

이는 기존의 역할에 농촌관광을 더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소위 로컬푸드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이는 산업화 단계가 앞서가던 일본의 경험을 후속 주자들이 따라가며 행하는 자연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한편, 중국의 농업정책 4자조어에도 관심을 가졌다. 예전 중국은 양자강 이남에서 생산한 곡물을 화북지방 주민들이 먹는다는 남양북운(南糧北運)이란 말이 돌았다.  

그런데, 중국의 산업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북쪽 동북3성에서 생산된 곡물을 남쪽사람들이 먹는다는 이른바 북양남운(北糧南運)의 형태로 세상이 거꾸로 되었다는 중국교수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얘기에 20세기 이후 중국의 농업정책을 이끈 4자조어를 살펴보았다. 우선 중국근대화의 선두에 섰던 손문은 농민을 위한 토지개혁을 통한 경자유전(耕者有田)을 주장하였다. 이는 훗날 모택동의 대농민 전략으로 이어진다.  

산림보호를 위한 중국 양자강변의 '봉산육림' 간판. ⓒ전운성
산림보호를 위한 중국 양자강변의 '봉산육림' 간판. ⓒ전운성

이후 중국대륙을 장악한 중국공산당은 경자유전 버리고 집단농장인 인민공사(人民公社)를 만든다. 즉, 1958년부터 급속히 진행된 인민공사는 규모가 클수록 좋다는 일대이공(一大二公)과 공유제의 정도가 클수록 좋다는 고도집중형인 정사합일(政社合一)의 농촌경제 체제였다. 그런데 오히려 인민공사화로 생산량을 대폭 감소되어 2천만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한다.

그 후 1980년대 중반 일부 지방의 특수상황을 제외하고 가정청부제 경영방식인 포산도호(包産到戶)가 농촌경제 제도의 하나의 형태로 되었다.

그러다가 1982년부터는 통합할 것은 통합하고 분할할 것은 나눈다는 통분통합(統分統合)이라는 이중경영 체제를 수립하여 집체경영과 개인경영 둘 다 중시되어야 한다는 국가경영 체제로 바뀐다.

동시에 1999년 이후 노동에 따라 분배하는 여러 분배제도를 견지한다는 내용의 헌법을 수정하는 등 소유의 다종화를 재확인 한다. 이는 18세기 말 영국의 아서 영이 지적한 소유의 마력은 모래를 황금으로 바꾼다는 얘기를 다시 떠올리게 한 일이었다.        

그리고 등소평의 남순(南巡) 이후 이념보다 국민이 잘 살고 국력이 커지면 된다는 소위 흑묘백묘(黑猫白猫) 논리가 확산되고 급기야는 깊숙한 대륙 내부개발로 시선이 돌려진다.  

즉, 2000년부터 서부대개발을 착수하면서 4개의 4자조어를 내세운다. 즉, 신장의 천연가스를 상해까지 4000km를 잇는 소위 서기동수(西氣東輸)다. 이어 황하와 양자강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내륙 물론 티베트까지 송전한다는 서전동송(西電東送) 계획이다. 

그리고 내륙의 사막화와 환경악화를 막기 위한 나무심기 운동인 퇴경환림(退耕還林)과 봉산육림(封山育林) 정책이다. 거기에 양자강의 물을 황하 등으로 보내는 대운하 사업인 남수북조(南水北調) 계획 등이었다.  

한편, 한중일 3국 모두 농촌의 고령화 등으로 ICT, IoT, 로봇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핫 잇슈로 떠올랐다. 이는 농촌은 과거의 재배농장에서 재배공장으로 변신하여 창업·취업기회 확대 수단으로 대중창업(大衆創業)을 권장하는 현장이 되고 있음을 본다.

특히, 최근 1979년 등소평이 재능과 명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가 지났다고 판단한 습근평 중국 주석은 중국몽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앞세우고 있다.

이는 공세적인 신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정을 통해 중국을 유일의 패권국가로 만든다는 꿈이다.

이렇듯 경제체제를 전환시켜 국부를 키워 숨겼던 발톱을 보이기 시작한 중국을 보면 포용력을 갖춘 대국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과시하여 상대를 제압하려는 모습이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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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2023-01-21 14:58:17
국가경영은 사자성어, 인생은 네박자....새해에도 계속 촌철살인의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