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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김포의 서울 편입, 새 서울 탄생될까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김포의 서울 편입, 새 서울 탄생될까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3.11.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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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조선 시대 서울시장은 한성 판윤이라 하여 정2품으로 지방 관찰사보다는 격이 높았다.

그래서 지금도 서울시장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하듯 조선 시대도 임금이 주재하는 어전 회의에 참석했다.

1762년 홍상한 한성 판윤이 어전 회의에서 도성 안의 소나무가 자꾸만 말라 죽어가는 문제를 제기했다.

한성 판윤으로서도 당연한 현황 보고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조 임금은 몹시 못마땅한 얼굴로 “아침 회의에 나뭇가지 죽는 거나 이야기하느냐?”라며 화를 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홍상한 판윤을 면직 처분했다.

또 어떤 판윤은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임금 행차에 눈을 치우지 않았다며 면직시켜 버렸다. 갑자기 쏟아지는 눈을 어떻게 하랴?

1848년 음력 11월 30일 현종 임금은 당시 형조판서 이돈영을 한성 판윤에 임명했다. 그런데 마침 이돈영은 지방 출장 중이어서 임명장을 받지 못하였다. 지금처럼 자동차가 있고 교통이 발달할 때 같았으면 즉시 궁궐로 달려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지방에서 한양으로 오는 길이 하루 이틀 이상 걸리던 시절이라 임금은 더 기다리질 못하고 이돈영을 임명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면직시키고 김영순을 임명했다.

따라서 이돈영은 하루살이, 더 엄밀히 말해서 판윤 자리에 앉아보지 못한 ‘반나절’ 판윤이 된 셈이다.

이렇게 하여 조선 왕조 512년 동안 거쳐 간 한성 판윤은 무려 2,012명.

고종 임금 43년 동안에는 409명이나 되었으니 평균 한 달 엿새에 한 번꼴로 자리가 바뀐 것이다.

이들 중에는 황희, 맹사성, 박문수 같은 훌륭한 분들도 많았으나 불과 3개월 재임 기간에 무슨 업적을 쌓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까 조선 시대의 수도의 개념은 임금이 거처하는 궁궐이 있는 곳. 그리고 임금을 보좌하는 예조, 이조, 형조 등 관청이 둘레를 이루는 정도였으며 상업 유통시설이라고는 종로에 자리 잡고 있던 ‘육의전’이라는 어용 상점이 상권을 잡고 있었다.

숭례문(남대문) 등 4대 문 안의 좁은 관할 지역에서 현대적 의미의 도시 계획, 교통망, 주민복지시설, 성균관을 제외한 교육 기관 등 도시 행정은 펼칠 수가 없었다.

한성 판윤이 하는 가장 큰 일은 3년에 한 번 전국의 인구수를 조사하여 임금께 보고하는 이른바 ‘헌민수’(獻民數). 한성 판윤이 ‘헌민수’를 봉헌할 때는 임금이 절을 올리는데 이는 백성이 하늘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그렇게 서울 시장(한성 판윤)은 별로 할 일도 없이 세도가의 나눠먹기식으로 자리만 채우다 며칠 만에 떠나다 보니 서양에서의 무역 도시나 산업 도시처럼 생명력 있는 도시가 되지 못하였다.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지만 좋은 이미지보다 은둔의 왕국, 고요함, 무기력의 뜻이 강했다.

사실 우리나라 지방에서도 한성은 잘못했다가는 고초를 당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종로는 그 시대 권력의 중심을 이루는 상징성이 있었는데 그래서 세도가와 그에 빌붙어 사는 아전들의 횡포가 심했다. 오죽하면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와서 눈 흘긴다’라든지 ‘서울 가는 시골 선비 과천서부터 긴다’라는 속담이 생겼을까?

국민의 힘은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여 새로운 시대의 서울을 건설하겠다고 하여 찬반 논란이 뜨겁다.

조선 시대의 서울이 아닌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수도로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너무 정치적 계산에 졸속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과천서부터 기어야 했던 과거 꿈 같은 서울에서 이제 세계 최고의 수도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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