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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주술(呪術) 인형이 잘 팔리는 나라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주술(呪術) 인형이 잘 팔리는 나라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3.12.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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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직장 상사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젊은 직원들을 유혹하여 돈을 버는 업종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지푸라기나 가죽으로 인형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인데 최하 3,000원부터 1만 원까지 자료에 따라 값이 다르다. 인형 곳곳에 바늘을 찌르고 자기가 미워하는 상사의 사진이나 이름을 적어 놓는다.

이른바 주술(呪術) 인형. 이것을 강물에 띄워 보내거나 불태우는 것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주술 인형을 냉장고나 상자 같은 것에 가두어 두기도 한다.

직장 상사만이 아니라 배신한 연인을 저주하는 방법으로도 이런 주술 인형을 찾는가 하면 억울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 역시 이런 주술 인형을 주문한다고 하니 첨단 과학 시대, 우주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이와 같은 주술 행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TV 드라마로도 자주 등장하는 장희빈(張禧嬪).

그는 나인의 하급 신분으로 궁에 들어왔으나 뛰어난 미모와 술수로 조선 19대 임금 숙종의 왕비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라이벌 인현왕후를 저주하는 주술이 임금에게 발각되어 결국 사약을 받고 죽었다. 장희빈은 신당에 인현왕후의 그림을 그려놓고 무당으로 하여금 얼굴에 활을 쏘게 하는가 하면 궁궐에다 흉측한 짐승을 묻고 주문을 외우게 한 사실이 밝혀졌다. 우연히도 인현왕후는 그런 저주를 받으며 세상을 떠났다.

장희빈 이야기뿐 아니라 이보다도 더 소름 끼치는 궁중의 주술 야사는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고 민가에서도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데 살기(殺氣)와 광기(狂氣)의 음습한 유산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니 입 안이 씁쓸해진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세종시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조상 묘에 흉기를 꽂고 훼손한 것이 발견되어 충격을 준 바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어떤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고도 이와 같은 주술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미신적인 주술을 타파해야 할 성직자가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떨어지라고 SNS에 글을 올려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태평로 광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의 얼굴 사진을 세워 놓고 장난감 활을 쏘게 하는 퍼포먼스가 진보 시민단체 주최로 개최되기도 했었다.

정말 민망한 것은 이 행사에 어린이들까지 동원됐다는 것이다. 그 순진한 동심을 증오의 주술로 오염시켜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이 행사장에는 잘 알려진 민주당 국회의원도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16일 대학 수능 시험장에서도 이런 주술 행위를 벌인 좌파 시민단체가 있었다. ‘수능 잘 보고 윤석열 탄핵 촛불 함께 해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는데 도대체 수능시험과 대통령 탄핵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정말 이런 주술적 DNA를 버리지 않고는 여·야 협치는 물론 지역감정 해소나 계층 간 갈등, 나아가 통일을 기대할 수 없다. 제발 반대는 하되 저주는 하지 말자. 비판은 하되 ‘암컷’이니 하는 저급한 욕설은 하지 말자.

어린 세대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죄악이다.

찌들 대로 찌들었던 가난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나라가 되었다면 이제 주술의 정치, 주술의 문화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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