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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No!’라고 말할 측근이 없는가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No!’라고 말할 측근이 없는가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3.12.19 10:00
  • 수정 2023.12.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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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대통령에 취임하고 6개월 정도는 대부분 밖에 있을 때처럼 겸손하고 더러는 친구를 불러 담소도 나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 다 없어지고 만나기 어려운 거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멀리 있는 대통령’이 되게 했을까?

오래 전 한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과 오랜 친구 관계였는데 어렵게 면담이 성사되어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을 만나면 국민의 불만을 솔직히 들려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청와대를 갔어요. 그런데 정문에서부터 층계를 올라 대통령 접견실로 가는 과정에 이르는 동안 무엇인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친절하면서도 너무 깍듯이 모시는 비서관들의 의전도 오히려 부담스럽고··· 더욱 대통령 접견실에 들어가서는 대통령을 보니 ‘솔직한 충고’의 마음은 사라지고 그냥 차 한 잔 마시고 나왔습니다.”

권력과 의전으로 꽉 찬 청와대에 들어가니 마음먹었던 ‘아니요’(No)의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녹아버리더라는 그의 고백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정말 대통령 앞에서 ‘아니오!’(No)라고 직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시장, 군수, 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만 돼도 그렇다.

말이 지방자치단체장이지 실제로는 지방 대통령이다.

비서실이 있고 비서실장, 수행 비서가 있다. 지방 재정에 어울리지 않게 고급 승용차에 집무실 또한 화려하다. 이런 시스템 속에 갇혀 있는 시장. 군수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다. 면담을 요청하면 스케줄 담당 비서가 용건이 무엇인가부터 묻는다. 어떻게 만나야 할 내용을 비서에게 털어놓겠는가. 그렇다고 적당히 이야기하면 “알았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면 끝이다.

특히 운동권 출신으로 민주화운동을 하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 중에는 그들 세계만의 ‘특수한 의전’이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문 사건의 공통점도 ‘특수한 운동권식 의전’ 문화라는 것에 스스로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 비서였고 그의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가 배신자로 비난받으며 고초를 겪은 문 모 씨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걸 증언했다.

“민주화를 위해 군부 독재와 싸웠고 감옥에도 갔다 왔다. 앞으로 큰일 할 사람이다. 그래서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을 외치며 떠받들어야 하며 설사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해도 못 본 척하거나 오히려 감싸야 한다. 이것이 운동권 시절부터 이어온 봉건적 조직 문화다.”

대충 이런 인터뷰였다.

그런데 무엇보다 가슴에 와닿는 것은 文 모 수행 비서가 수없이 자기가 모시는 상사의 비뚤어진 처신을 보고도 단 한 번도 ‘No’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경우 ‘Yes’라고 대답했다는 고백이 안타까웠다. 대부분 ‘No’를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자리에서 잘릴까 하는 불안 때문이라는 고백에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최근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실망한 것은 부산 EXPO 유치 실패일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기대를 갖게 했기 때문에 실망 또한 큰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EXPO 정황을 잘 못 파악하고 대통령에게 ‘No’가 아닌 ‘Yes’만 보고했고 대통령이 파리까지 달려가는 헛수고만 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운동권 출신 정부도 아닌데 ‘No’를 할 분위기가 없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이 재벌총수 대동하고 부산에 가서 떡볶이 먹는 장면의 연출 또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떡볶이 연출로 EXPO 유치 실패가 덮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도 ‘No’라고 말할 측근이 없었다는 것은 국가 미래를 위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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