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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싸가지’와 ‘꼰대’를 녹이는 리더십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싸가지’와 ‘꼰대’를 녹이는 리더십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3.12.12 12:30
  • 수정 2023.12.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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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75세가 넘는 고령 정치인은 정신 능력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을 치르게 하자는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니키 헤일리의 제안이 지난 2월 발표되었을 때 생뚱맞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1천 6명 중 77%가 헤일리의 주장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75세를 넘은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일 텐데 그렇다고 미국에서는 노인 비하라며 항의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치인 자격시험제도를 미국보다 먼저 제안한 사람은 이준석 전 국민의 힘 대표였다. 물론 이 전 대표의 제안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정치 지망생, 특히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실제로 그는 당 대표 때 이 제도를 실시했고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면접시험까지 거치도록 했다. 반응도 긍정적이었고 결국 국민의 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이처럼 젊은이의 발상은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 가끔은 있을 수 있고 그래야 젊음다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점점 당 핵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로 낙인찍었다. (7월 26일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와의 텔레그램 대화)

결국 그는 당 대표에서 물러났고 최근 사면되었지만, 징계까지 받아야 했다.

심지어 인요한 혁신위원장으로부터 “요즘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는 것은 부모가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 비판에 부모를 끌어들인 것에 사과했지만 이 전 대표의 ‘싸가지’ 이미지를 덧칠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 전 대표는 계속 국민의 힘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에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서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들고 나섰다. 그의 신당은 성공할 것인가? 긍정, 부정이 엇갈리지만 단 몇 %라도 국민의 힘으로서는 손실이다.

그러고 보면 다급한 것은 국민의 힘이고 윤석열 대통령이다. 왜냐면 불과 몇 %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힘이 내년 선거에서 지금처럼 ‘여소야대’의 현상이 재현된다면 대통령이 입을 타격이 예상외로 클 것이다. 국정개혁 지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뿐더러 취임하자마자 시작된 탄핵의 소용돌이는 더 높아질 것이다. 아예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당 이름마저 ‘윤석열 퇴진당’을 만들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정말 국민의 힘이 ‘빅 텐트’를 쳐서 모두를 끌어안겠다면 이준석 전 대표를 그가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게 해야 한다. 루비콘강을 건넜다 하더라도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에게 감정이 많이 상했고 ‘내부 총질’을 했다 해도 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현실을 타개하는 게 또한 정치다. 그 ‘싸가지’가 나라의 운명을 가를 만큼 엄청난 결함이 아니라면 정치력을 발휘하여 녹여내는 게 통 큰 리더십이다.

1972년 영국의 900년 민주주의 전통을 자랑하는 의사당에서 23세의 데블린이라는 여성 의원이 모들링 내무장관의 답변 태도에 불만을 품고 발언대로 쫓아가 뺨을 때렸다. 그 여성 의원은 엄숙한 의사당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의사당이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손녀딸 같은 젊은 의원에게 뺨을 맞은 내무장관은 “나는 집에서도 손자들이 뺨을 잘 꼬집는다”라고 받아넘겨 의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런데 그 노련한 내무장관은 ‘싸가지’로는 1급에 해당하는 젊은 여성 의원을 포용했고 모든 것은 잠잠해졌다.

빅 텐트는 ‘싸가지’도 ‘꼰대’도 다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싸가지’와 ‘꼰대’의 행로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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