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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역주행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역주행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3.11.27 11:00
  • 수정 2023.11.2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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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해방 후 38선이 그어진 혼란기에도 북한은 남한에 전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1948년 5월 갑자기 남으로 가는 모든 송전선을 끊어버림으로써 남한은 전기 부족으로 산업시설은 물론 가정에까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에서 발전함(發電艦)을 보내 인천항에 입항시켜 전기를 공급받는 등 비상 수단을 총동원했으나 전력난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1953년 6·25 휴전이 끝났을 때 미국의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 시슬러 박사가 이승만 대통령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원래 친분이 있었는데 이날은 시슬러 박사가 ‘에너지 상자’라고 하는 것을 들고 이 대통령을 찾았다. 그는 대통령 앞에 가지고 온 상자를 열고는 “이것은 우라늄 1g의 모형이고 또 이것은 석탄 3t의 모형입니다. 그런데 우라늄 1g의 이 조그마한 것이 석탄 3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한국도 원자력에서 전기를 생산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인재 육성을 하면 한국은 20년 후에는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습니다” 하고 건의를 했다.

이 대통령은 시슬러 박사의 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원자력에 대한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1959년 2월 3일 역사적인 원자력연구원을 발족시켰다. 지금도 그때 개원식을 하면서 세운 기념비가 대전에 있는 원자력연구원 정문에 보존돼 있다.

6·25 전란으로 국토가 폐허가 되고 찢어질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임에도 이 대통령이 내린 원자력의 씨앗은 크고 자라서 이제는 세계적인 원자력 기술 국가로 발전을 했다.

에너지 자원이 없는 우리가 이만큼 세계적인 산업국가가 되는 데는 원자력이 큰 몫을 해온 것에 부인할 사람은 없다.

원자력이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가는 지금 독일의 경제가 왜 침체에 빠졌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 유일하게 경제 성장에서 뒷걸음을 하고 있는데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하고 있고 EC는 –0.4%로 관측하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독일의 높은 에너지 가격이 큰 이유로 지적된다. 독일의 전기료는 프랑스와 비교하여 주택용은 66%, 산업용은 49%나 비싸다. 독일이 30년간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인데 그렇게 오랫동안 신생 에너지를 추구했으나 화석연료를 84%에서 78%로 낮추는 데 그쳤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국내 원전 정책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해외 원전 건설 수출에도 성과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새해 원전 관련 예산 1,820억 원을 삭감하고 원전 수출에 쓸 예산 250억 원을 삭감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소형 모듈원자로(i-SMR) 기술 개발비 332억 원까지 삭감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신생 에너지 관련 예산을 3,900억 원으로 증액하여 통과시켰다. ‘이재명표 예산’이라고 하여 민주당이 주장한 사업들을 위해서도 6조 원을 증액시켰다.

아직은 상임위에서 통과된 것이고 본회의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워낙 거대 야당이다 보니 정부 예산이 얼마나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어떻게 보면 아직도 ‘윤석열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부’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장담하는 대로 내년 총선거에서 200석을 장악하면 그야말로 ‘윤석열 정부’는 물거품이 될 것 같다. 고속도로에서의 역주행 사고보다 더 무서운 역주행이 지금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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