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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추락하는 교권은 날개가 없다

[황환택의 頂門一針] 추락하는 교권은 날개가 없다

  • 기자명 황환택 특임교수
  • 입력 2022.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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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특임교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All That Falls Has Wings). 1988년 작가 이문열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 ‘이카루스의 추락’을 빌린 오스트리아 시인 바흐만의 시집 ‘놀이는 끝났다(Das spiel ist aus)의 국내 번역이기도 하다. 

크레타섬의 깊숙한 미궁(迷宮)에 갇힌 이카루스는 새들의 날개 깃털을 밀랍으로 붙이고 태양을 항해 이룩했으나 결국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한다는 신화의 이야기는 단지 신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다만 그 날개가 온전하지 못하면 다시 하늘로 오르지 못한다. 그리고 추락의 징후와 낌새는 늘 나타난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추락하는 교권(敎權)은 날개조차 없다. 도대체 얼마나 더 떨어져야 할지조차 가늠이 안 된다. 얼마 전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한 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여교사를 촬영하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우리는 흔히 교권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영상은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여교사가 수업하는 시간에 다른 곳도 아닌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폰으로 교사를 촬영하고 또 다른 학생은 웃통을 벗은 채 수업하고 있다. 아연실색(啞然失色)할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그러나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촬영을 당하면서도 체념한 듯한 교사와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미 상당 부분 이러한 모습이 특별하지 않은 풍경이 된 것이다. 

한국교총의 전국 교원 86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6명이 학생의 문제 행동을 매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건만 해도 1만1148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혹자(或者)는 교사들이 학생을 잘 지도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은 학교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 하는 소리다. 현 제도상에서 교사에게 문제 학생을 지도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 체벌은 벌써 오래전에 금지되었고, 그나마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상·벌점 제도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하면 교사가 인권 침해, 아동학대, 학습권 침해 등으로 몰리게 된다. 이러니 추락하는 교권을 다시 날아오르게 할 날개는 아예 없다.

학생들과의 갈등은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이어져 이들에게 폭행·폭언을 당한 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격해진 배경에는 학생인권조례의 영향이 크다. 조례의 도입은 학생 친화적인 학교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었으나 교사의 교권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졌다. 

우리가 늘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지만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교권을 그대로 두고 백년대계를 논할 수는 없다. 어찌 추락하는 교권을 바로 세우는 데 여야나 보수·진보가 따로 있겠는가. 모두가 나서야 한다. 

미국의 시인 헨리 반다이크의 ‘무명(無名) 교사 예찬’이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전투를 이기는 장군은 위대한 장군이로되 / 전쟁에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무명의 병사로다 / 새로운 교육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름 높은 교육자이고 / 젊은이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교사로다.”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교권을 우리는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교권을 바로 세우는 것은 교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권이 바로 서야 교육이 서고,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지만 날개조차 없이 추락하는 무명교사의 교권, 이제 날개를 달아주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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