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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독이 든 성배(聖杯)를 든 정진석

[황환택의 頂門一針] 독이 든 성배(聖杯)를 든 정진석

  • 기자명 황환택 특임교수
  • 입력 2022.09.15 00:00
  • 수정 2023.01.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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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특임교수] 성배(聖杯, 영어: Holy grail)는 신성한 잔으로 문학 작품과 일부 기독교 전승에 등장하는 성물이다. 일반적으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사용했던 술잔으로서 기적의 힘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전설에 따라 컵, 접시, 돌의 형태로 등장하기도 하며, 그 소유자에게 행복, 영원한 젊음, 무한한 부를 가져다주는 성물로 묘사된다. 서양권에서는 '성배'라는 단어 자체가 종종 이루어내거나 가질 수 없는 목표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예수가 성배를 든 것은 마지막 때가 되었기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겠다는 결의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나온다.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 1막 7장 서두에 나온다. 맥베스의 부인이 맥베스에게 던컨 왕을 죽일 것을 부추기는 장면으로, 맥베스는 왕위를 ‘독이 든 성배’라고 한 표현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다. 

최근 여당이 심각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징계 문제를 시작으로 시작된 내부 혼란이 확산일로에 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법적 효력을 잃었고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정 부의장은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의 고사로 어쩔 수 없이 내부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독이 든 성배’를 받았다며 “참 이게 축배라면 계속 거절을 하겠는데 독배니까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당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사실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다. 여당 당 대표는 국가 의전서열 무려 7위에 해당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그 자라가 축배(祝杯)가 아니라 독배(毒杯)가 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준석 전 당 대표도 대표 자리에 오르기 전 “오히려 저에게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그는 독배에 든 독을 마시고 중독(中毒)된 채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서 허덕이고 있다. 

여당 대표는 당 의사결정과 공천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이목(耳目)을 집중하고 견제를 하는 자리다. 실제로 여당 대표직을 맡아 험로를 걸은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문민정부 이회창 전 총리, 국민의정부 한화갑 전 의원, 참여정부 정동영 전 장관, 이명박(MB)정부 정몽준 전 의원, 박근혜 정부 김무성·이정현 전 의원, 문재인 정부 이낙연 전 총리 모두 여당 대표를 맡았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가 대권에 도전했으나 모두 그 꿈을 접었다. 

예수는 성배를 마시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다. 그것이 예수의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죽은 예수는 죽지 않았다. 죽었어도 다시 살아 영원한 하나님의 아들이 되어 험한 세상의 희망이 되었다. 

결국 ‘독이 든 성배’를 든 사람이 어떤 각오와 의지로 그 성배를 들었는지에 따라 죽기도 하고 영원히 살기도 한다. 성배를 자신의 영광과 욕심을 위해 사용한 자는 모두 죽었고 주위와 사회와 국가를 위해 사용한 자는 영원히 사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겠다는 결의로 성배를 들었다. 정진석 부의장은 어떤 결의로 성배를 들었을까. 그가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어떤 각오와 의지로 들었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길이 달라질 것이다. 

그의 길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정하는 것 또한 그 잔이 ‘독이 든 성배’임을 알고 든 그이기에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 오늘 저녁에 성배는 아닐지라도 뚝배기 잔에 막걸리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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