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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이준석 전 대표, ‘마신 우물에 침 뱉지 마라’

[황환택의 頂門一針] 이준석 전 대표, ‘마신 우물에 침 뱉지 마라’

  • 기자명 황환택 대기자
  • 입력 2022.10.13 00:00
  • 수정 2022.10.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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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황환택 대기자] 이준석은 분명히 보수의 ‘새 피’였고 희망이었다. 그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간판 역할을 하며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당 주류와의 마찰과 자기 정치 논란으로 ‘당 분란 유발자’라는 딱지가 붙었고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당과의 전쟁에 돌입하며 계륵(鷄肋)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당과의 전쟁은 당의 승리로 끝났다. 법원이 이 전 대표가 당을 상대로 낸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비록 상처가 컸으나 당의 승리였다. 거기에 더해 당 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추가 1년 징계를 결정했고 이 전 대표는 정치 생명을 위협받게 됐다. 

차라리 제명이나 탈당 권고를 받았다면 박해받는 자 행사를 하며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이 참 모호하다. 당원권 정지가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 1월이니 총선 전에 당원 자격이 회복되겠지만 두 번의 징계를 받은 그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전 대표는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SNS에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로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 전 대표가 말한 ‘더 외롭고 고독한 길’이 무엇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 대표의 당 대표직 복귀의 길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추가적인 법적 다툼을 하는 것도 이미지 관리상 좋지 않다. 그러니 가능성이 있는 ‘더 외롭고 고독한 길’은 오직 신당 창당뿐이다. 

정당(政黨)은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단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당 대표로 있는 당에서 당선시킨 현직 대통령을 ‘개고기’로 몰아세웠고 당과 정부의 행태를 ‘신군부’로 비판했다.

그런 그가 정치를 계속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당에서 나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창당하는 것이 도리다.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당내의 일부 의원들이 동참할 것이고 20·30 세대 일부가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이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할 것 같지는 않다. 대권과 당권에 도전할 욕심을 가진 유 전 의원이 든든한 기와집 안방을 버리고 셋방 얻어 나갈 리가 없다. 

그러니 머리 좋은 이 전 대표는 당장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은 시도하지 않고 당내에서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다면 차기 총선 직전 신당을 창당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 전 대표를 안고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이준석과 윤석열 대통령은 루비콘강을 건넜다. 역린(逆鱗)을 건드리는데도 가만히 있다면 그것은 용이 아니다. 맹룡과강(猛龍過江), 사나운 용이 아니면 강을 건널 수 없는데 험한 강을 건넌 맹룡이 역린을 침범당하고도 조용히 있을 리가 없다. 

지금이야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지만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에게도 참고 견딘다면 기회는 있다.

보통 공천 때 각 당은 개혁 공천을 명분으로 현역 의원의 50% 내외 물갈이한다. 이때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모아 창당을 하고 본인은 험지에 출마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잘 활용한다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법원의 기각 판결이 있던 날,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과의 첫 해전인 ‘옥포해전’을 앞두고 휘하 군사들에게 전한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이라는 말을 지지자들에게 남겼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이 대표,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이라는 말은 지지자들에게 할 말이 아니고 그대 자신에게 할 말이어야 했다. 

“마신 우물에 침 뱉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께서 생전에 늘 말씀하신 이 말을 이 전 대표에게 꼭 전하고 싶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함부로 침 뱉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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