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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바람이 선거를 이긴다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바람이 선거를 이긴다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4.01.23 10:30
  • 수정 2024.01.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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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돈·조직·바람―

흔히들 선거의 3대 요소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대권의 꿈을 안고 1992년 2월 통일국민당을 창당했다.

당시 코미디의 일인자로 불리던 이주일, 그리고 김동길 교수까지 끌어들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해 실시된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 24석, 전국구 7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이어 14대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다. YS(김영삼), DJ(김대중) 등 정치 투쟁에 일생을 걸어온 거물들과 맞붙는 대권 싸움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YS, DJ보다 강점인 자금력으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까?

그래서 정주영 후보는 선거공약도 ‘반값 아파트’를 내세웠다. 정말 그 무렵 ‘반값 아파트’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한두 사람만 모이면 ‘반값 아파트’ 공약이 화제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과연 ‘반값 아파트’가 가능한가 하는 회의론이 우세하기 시작했다. 결국 선거 결과 400만 표를 얻어 997만여 표를 얻은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조직이 자금을 이긴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조직이야말로 투쟁과 고난 속에 다져진 것인데 자금력이 조직력을 이기는 데는 실패한 것.

그런데 자금력을 이기는 조직보다 더 강한 것이 있다. 바람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95년 제1기 지방선거에서의 자민련 바람이고 2004년의 박근혜 천막당사 바람이다.

소위 ‘JP 바람’ 또는 ‘녹색바람’이라고 하는 자민련 바람은 1995년 JP(김종필 전 총리)가 YS와 결별하고 충청권을 기반으로 ‘자민련’을 창당하면서 시작됐다. 그해 실시한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지방색을 최대한 이용한 것인데 특히 YS 측 인사가 충청도 사람을 ‘핫바지’로 비하했다는 발언이 퍼지면서 충청도 유권자들에게 지역감정의 불을 질렀다. 충청도 곳곳에서 ‘핫바지’ 발언을 성토하는 집회와 시위가 벌어질 정도였으며 선거 결과 YS 조직이 탄탄했던 충청도에서 자민련이 대부분의 시도지사, 시장·군수 선거를 휩쓰는 승리를 거두었다. 바람이 조직을 이긴 것.

‘핫바지’ 바람은 다음 해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41석을 차지하여 제3당의 위치를 확고히 했으나 그 후 JP의 대권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자민련은 거의 소멸하고 말았다.

2004년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바람은 대권 가능성이 있는 박근혜가 있고 파격적인 행위가 바람을 일으키는 동력이 되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 위원으로 자신의 친위 세력인 친박을 배제하고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한나라당 색깔과는 거리가 있던 김종인, 26세의 이준석 등 10명의 비대위원 중 6명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파격을 보였으며 한나라당 간판을 떼고 찬 바람 부는 여의도 벌판 천막에서 당무를 시작한 것이다. 불과 선거 84일을 앞두고였다.

특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의 오명이었던 ‘차떼기’ 등 과거 잘못에 대해 솔직히 고해성사를 한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탄핵 역풍과 정치자금 비리로 바닥이었던 상황에서 당초 예상했던 50석을 뛰어넘어 121석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바람의 위력이다.

국민의 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9회말 투아웃’의 야구에 비유할 만큼 절박한 상태에서 코앞에 닥친 선거를 치를 사령탑을 맡겼다. 특히 수도권이 비상인 상황에서 그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다.

국민의 힘으로서는 자금, 조직에서는 거대 민주당에 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바람이 문제가 아닐까?

조직, 자금을 이길 바람―그러나 수도권의 민주당 세는 너무 두껍다. 천막당사의 바람, 그 이상의 바람이 필요할 것이다. 과거 실책에 대한 솔직한 사과로 감동도 일으켜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바람이 아닌 돌풍이 필요하다.

바람이 선거를 이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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