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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우리가 바라는 정부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우리가 바라는 정부

  • 기자명 장원섭 원장
  • 입력 202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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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초빙교수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초빙교수

[뉴스더원=장원섭 원장] “앞에 가던 수레가 뒤집히면, 뒤를 따라가는 수레의 본보기가 된다. (前車覆後車誡)”

이 말은 『한서(漢書)』 「가의전(賈誼傳)」에 실린 가의의 상소문 중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가의(賈誼)는 전한(前漢) 문제(文帝) 때 당대 최고의 천재 학자로 알려진 인물로 최연소 박사가 되었고 박사가 된 지 1년 만에 태중대부(太中大夫)의 관직에 올라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약관의 어린 나이에 조정에 나와 국가의 관직과 각종 제도 정비를 위해 수많은 의견을 황제에게 올렸는데, 이 상소문은 그 가운데 하나이다.

상소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진(秦)나라는 너무 빨리 멸망하였다. 나라가 망해 가는 과정은 그 나라가 남긴 수레바퀴의 자국을 보면 능히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바퀴 자국을 피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뒤를 따라오는 수레도 마찬가지로 곧 엎어질 것이다. 무릇, 나라의 존망과 다스림과 혼란의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秦世之所以函絶者 其轍跡可見也 然而不避是 後車又將覆也 夫存亡之變治亂之機 其要在是矣).”

앞에서 달리는 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뒤를 따르는 수레는 그것으로 그들의 경계로 삼는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삼아 뒤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의 가르침이다. 오늘날 ‘복거지계(覆車之戒)’라는 성어로 회자되고 있다.

선거가 끝나고 선거의 승패를 분석한, ‘한국 철학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김형석 교수의 인터뷰가 화제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실패했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왜 그럴까?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상이 좌파나 진보보다 앞서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다 보니 그 안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청와대가 운동권으로 구성됐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그는, “정부는 국민과 더불어 계속되고 대통령은 그 가운데 5년을 맡는 것이다. 대통령은 주어진 5년 동안 할 일이 뭔지, 그걸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분열을 통합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취임사 때는 국민 통합을 얘기해 놓고 지금까지 분열만 만든 것 같아서 안타깝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의 분열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의 방향부터 바꿔야 한다.”라며 “새 정부가 정치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5년 동안 나라는 더 힘들어진다.”라고 걱정했다.

또, “권력을 가지고 갈등을 해결하려 하면 승자와 패자가 생긴다.”라며, “새 대통령은 대화로서 분열을 통합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새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말씀이다.

모든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하여 국민이 진정으로 주인이 되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요란하게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 5년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 5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의 큰 흐름을 보수와 진보로 양분하던 이분법도 별로 설득력이 없을 정도로 보수는 예전의 보수가 아니요, 진보도 예전의 진보가 아니다.

정권 초기에는 솔깃한 구호 때문에 뭔가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잠시 젖었지만, 오만과 독선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국가경영 철학에서 비롯된 시행착오 등으로 사사건건 충돌했다.

보수는 보수대로 자기들이 누려왔던 기득권을 빼앗긴 채 살아온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반드시 다시 찾아와야 한다고 칼을 갈아왔다. 진보는 진보대로 오랜 인고의 세월을 끝내고 마침내 가진 자의 위치가 되면서 권력의 달콤함을 맛본 후, 이제 다시는 옛날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사력을 다해왔다.

그렇게 두 진영은 지난 5년 동안 철천지원수처럼 대치하면서 치열하게 싸웠다. 그 결과 국민은 반으로 더 확실하게 갈라졌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어느 정권보다도 우리에게 더 많은 상실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그들 스스로가 10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는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도 정작 바른 인재를 등용하지 않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일관된 오만함과 독선 때문이 아니겠는가.

국민이 새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갈라진 민심을 통합하는 포용정치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예로부터 스스로 잘났다고 외치던 어리석은 군주는 많았으나 어리석었던 백성은 어느 시대에도 없었던 사실을 잊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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