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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의 횡단여행] 싱가포르에서 생각하는, 나라를 지킨다는 것

[전운성의 횡단여행] 싱가포르에서 생각하는, 나라를 지킨다는 것

  • 기자명 전운성 횡단여행가
  • 입력 2022.08.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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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뉴스더원=전운성 횡단여행가] 지난 6월 중순부터 싱가포르 난양공대에 한 달 여 머물 기회가 있었다.

이 시간 싱가포르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많은 것을 엿볼 수 있었지만, 의외로 눈에 자주 띠는 게 있었다. 거리와 전철 그리고 대학 캠퍼스와 식당 등 어디에서곤 그랬다. 다름 아닌 묵직한 배낭을 메거나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었다.

그리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마리나 베이의 배 위에 곡사포를 방열해 놓고 훈련하는 포병들의 모습을 보았다. 하늘에는 편대를 지어 비행음과 비행운을 남기며 날아다니는 공군기들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특히, 공군기들의 경우 미국 최신예 전투기 100여대 이상을 보유하는 등 군사력이 막강하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 적대적인 이웃 국가도 뚜렷하지 않은 평화스러운 나라에 무슨 군인들이 왜 이렇게 자주 눈에 띨까 생각해 보았다.

도심지에서 숙의하는 싱가포르 육군. (사진=전운성)
도심지에서 숙의하는 싱가포르 육군. (사진=전운성)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하면서 동남아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싱가포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이으며 세계물동량의 약 1/4이 오가는  말라카해협의 입구에 있는 만큼 그 전략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러나 주변국가에 비해 적은 인구와 작은 면적 그리고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다. 인종과 종교적으로도 복잡하게 얽혀 있긴 해도 막대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해공군력을 증강시켜 동남아의 군사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약하게 보인다 싶으면, 괜히 오가며 머리를 툭툭 치며 얕잡아 보며 괴롭히는 것과 같은 일을 막기 위한 수단임을 직감했다. 거기에  이 나라의 병역제도에 관한 얘기를 듣고는 이들이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가늠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의 선상에서 훈련하는 곡사포부대. (사진=전운성)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의 선상에서 훈련하는 곡사포부대. (사진=전운성)

여하튼 싱가포르는 민족과 인종을 불문하고 시민권자는 물론 영주권자 2세 남자에게도 22개월간 복무해야 하는 징병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만일 영주권자가 병역을 기피하면 영주권 취소 등 불이익을 줄 정도이다.

그리고 중증환자 등의 특별한 경우만을 제외하고는 남자라면 예외없이 누구나 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입대한다. 제대 후에도 현역 못지 않는 훈련이 이어지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복무를 해야 함을 철칙으로 삼고 있음이다.

특히, 1965년 독립하면서 이웃의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와의 갈등 등에서 얻은 경험으로 채택한 방어전이 아닌 공세전 개념의 국방전략에 관심이 갔다.

즉,  종심(공간, 시간, 자원상의 작전 범위)이 짧은 국토이기에 소극적인 방어전략으로는 불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물귀신 작전인 독새우 전략이 싱가포르의 국방전략이다. 약한 새우를 잡아먹으려다 독에 적도 크게 다칠 수 있으니, 감히 쳐들어오지 말라는 역위협 작전이다.

이러한 독새우 전략적 수단의 하나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등과의 협약으로 공군기들을 이들 국가에 분산해 놓았으며, 육군의 경우 대대급 이상의 훈련은 호주나 대만 등에 가서 실시하면서 작은 국토의 약점을 커버하고 있음도 알았다.

나아가 침공한 적을 반격하기 위해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으며, 경항공모함도 보유할 계획이다. 동시에 영연방 5개국과 공동방위을 위한 협약을 맺고, 유엔평화유지군으로 분쟁지역에서 실전을 터득하고 있다.

싱가포르 지하철의 공군 모병 홍보판. (사진=전운성)
싱가포르 지하철의 공군 모병 홍보판. (사진=전운성)

특히, 싱가포르 국방부는 징병제를 폐지한 국가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후회한 사례가 많다며 징병제 유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리콴유 수상의 강한 경제없이는 강한 국방도 없고, 강한 국방없이는 강한 나라도 없다는 주장은 아직도 쟁쟁하게 들린다.

이러한 그들을 생각하며 우리를 뒤돌아 보았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군복무 기간의 단축이나 급료 인상 등을 담은 공약을 반복적으로 내놓아 우리보다 안보상황이 나은 싱거포르 보다도 훨씬 짧은 군복무를 하고 있다.  

급기야 징병제 대신에 모병제를 주장하는 정치인도 나타났다. 그간 남자라면 누구나 공히 가던 군복무를 선택적으로 한다면, 과연 가진 자들의 자식이나 본인이 군복무를 마칠 의지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군복무를 통해 국가나 가족에 대한 자긍심과 존경심을 고취시킬 때다. 군이라고 하는 공통경험을 통해 얻는 한국인으로서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최소한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안보적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징병제는 유지하되 개선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의 우크라 전쟁과 대만문제 등은 힘의 여부에 있다고 판단하며, 난양공대에서 만난 젊은 직원은 자신이 보병으로 군복무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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