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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의 횡단여행] 우크라이나 전쟁 저편의 생계형 땔감 마련하기

[전운성의 횡단여행] 우크라이나 전쟁 저편의 생계형 땔감 마련하기

  • 기자명 전운성 횡단여행가
  • 입력 2022.10.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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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뉴스더원=전운성 횡단여행가] 러시아군이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림반도를 점령한 데, 이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재침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서방측의 절대적인 지원과 우크라이나의 높은 항전의지로 전세는 뒤바뀌는 양상이다.

사실 전쟁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단숨에 무너뜨려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고 예측했던 전쟁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문제는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동부의 침공으로 밀, 보리, 옥수수  등의 경작지대 훼손과 곡물 반출이 어려워짐에 따른 국제곡물 가격의 앙등이었다. 그리고 서방측의 다양한 경제제재에 대한 러시아 측의 천연가스 파이프의 폐쇄 등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로 인한 가격폭등은 세계 곳곳으로부터 아픈 신음소리가 들릴 지경이다. 이에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당장 눈앞의 올 겨울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유럽에서의 전쟁이 주는 영향은 산업화된 이 지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나비효과 현상으로 오히려 지구 저편 개도국의 신음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가축분뇨에 지푸라기를 섞어 땔감으로 반죽하는 방글라데시 여인. (전운성)
가축분뇨에 지푸라기를 섞어 땔감으로 반죽하는 방글라데시 여인. (전운성)

상당수의 인구가 농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기타 개도국의 식량부족 문제는 예사롭지 않다. 도시에서 떨어진 농촌 지역은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누리는 생활은 고사하고 그날 벌어 그날 먹기도 겨운 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55개국이 존재하는 거대한 대륙이다. 문제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대부분의 나라가 마치 하나처럼 총체적인 심한 빈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해 유럽에서의 영토 확장을 둘러싼 전쟁은 빈곤지역에 대한 관심을 멀게 하여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서는 식량문제는 잠시 나중으로 미루고 지구촌 저편의 개도국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에너지 문제를 생각해 본다.   

장작을 팔러가는 에티오피아 가축들. (전운성)
장작을 팔러가는 에티오피아 가축들. (전운성)

이러한 만연된 가난은 단순히 그들만의 빈곤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류 전체에 심각한 환경 등의 문제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상당수가 고원이자 산악인 에티오피아의 경우 삼림율은 불과 3.6%로 60년 전의 47%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상황이다. 몇 해 전 답사에서도 매년 20만ha의 삼림이 가정용 땔감과 건축 및 건설용으로 훼손되어 간다는 보고서를 보았다. 

아프리카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광활한 에티오피아의 고원평야와 계곡을 몇 시간 달려 어쩌다가 만나는 숲은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나마 남은 나무를 베어 구운 숯을 머리에 이고 장터로 가는 아낙네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도로 변에 수없이 쌓아 놓은 숯과 장작더미, 그리고 허름할망정 집을 짓기 위한 나무의 쓰임은 산을 더욱 벗기고 있었다. 

이디오피아 청나일강 상류에서 만난 숯을 팔러가는 사람들. (전운성)
이디오피아 청나일강 상류에서 만난 숯을 팔러가는 사람들. (전운성)

이처럼 드러난 이 나라의 산림 황폐화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심각함이 더해진다. 우선, 숲이 갖는 물의 저장기능이 없어져 지표수는 물론 지하수마저 점점 깊어져 물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이는 토양 속에 유기질의 퇴적을 막아 척박한 토양을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우기철인 6-9월의 집중호우는 얼마 남지 않은 유기물의 유실을 가속화시켜 식량생산의 저하를 낳고 있다. 거기에 토양 속으로 환원되어야 할 가축분뇨가 땔감 등의 에너지로 쓰이고 있어 지력을 높이는 일과는 거리가 멈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단 에티오피아에서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개도국 대부분의 나라가 겪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고산지대의 네팔이나 라오스에서 물을 긷기 위하여 하루에도 몇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나무 땔감을 얻기 위해서도 집에서 몇 시간씩이나 왕복해야 할 정도로 나무땔감은 귀한 존재다. 

나무땔감으로 취사하는 캄보디아의 농가 주방. (전운성)
나무땔감으로 취사하는 캄보디아의 농가 주방. (전운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뒤쪽 저편의 개도국이 처한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모습에 안타깝기만 하다. 즉, 서구국가들의 천연가스 논쟁과 개도국의 더 이상 벨 나무 조차 드문 산의 나무나 소 등에서 나온 가축분뇨를 지푸라기와 섞어 반죽한 뒤 말려서 땔감으로 만들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이에는 너무나 큰 벽이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남의 일로만 여기기에는 지구의 위기가 너무 우리 곁 가까이 와 있다. 이들 문제를 풀기 위한 일의 순서나 경중을 따지기에는 너무 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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