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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유감(遺憾)

[사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유감(遺憾)

  • 기자명 뉴스더원
  • 입력 2022.09.28 00:00
  • 수정 2022.09.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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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더원]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발생한 비속어 논란이 촉발시킨 정치권의 공방이 좌파와 우파 세력의 싸움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여기저기서 당장이라도 드잡이를 벌일 만큼 국론이 분열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측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해명과 함께 이를 보도한 MBC와 민주당 측의 ‘정언유착’을 주장하고 나섰고 야당 측은 언론을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대통령 해외 순방 자막 사건'으로 규정하고, MBC와 민주당 사이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를 구성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논란의 책임을 물어 급기야 27일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결의안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촉발시킨 여·야 대치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점점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시비를 가리는 것은 현 상황에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최초 욕설 보도 후 대통령실과 여·야 정치권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바이든’과 미국 의회를 지칭해 이XX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변명이나 해명보다, 대통령으로서 적절치 못한 언사를 한 부분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인정이 있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게다가 미국 의회가 아니라 야당 의원을 지칭해 이XX라고 한 것이었다던 대통령실의 해명은 화를 키웠다. 한마디로 정무라인의 대처는 매우 적절치 못했다.

반면에 자신들을 지칭해 이XX라고 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이르러 벌집을 쑤신 것처럼 달려드는 민주당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탄핵까지 운운해가며 대통령을 공격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해 보인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미국 의회에 비속어를 했다며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한·미 동맹에 고인 물을 끼얹는 여론몰이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언 내용을 들어보면 MBC의 자막처럼 ‘바이든’이기 보다 맥락상 (여소야대 상황상) 국회 통과가 여의치 않을 것을 참작하면 대통령실의 해명처럼 ‘날리면’이 타당해 보인다.

대통령실의 해명과 민주당의 여론몰이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 대통령의 발 빠른 인정과 사과가 있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는다. 야당을 모욕한 데 따른 유감 표명이 없었던 것이 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민주당도 여론몰이로 갈라치기에만 몰입하기보다는 수권 정당으로서의 정책 경쟁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져도 민주당으로 흡수되지 않는 이유를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수와 진보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 이어 여·야 모두에 대해 비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과 국민들은 고환율·고유가·고물가로 한숨만 늘어가는데 진흙탕 싸움을 통해 정치 혐오증만 키우고 있는 국내 정치 현실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인한 국격 상실보다 더 큰 국격 상실이자 위기가 아닐까. 여·야 모두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국익을 위한 정치, 민생 정치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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