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설] 사당화(私黨化) 늪에 빠진 민주당의 딜레마

[사설] 사당화(私黨化) 늪에 빠진 민주당의 딜레마

  • 기자명 뉴스더원
  • 입력 2022.08.24 00:00
  • 수정 2022.08.24 16:0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더원] '기소 땐 당직 정리'를 규정한 당헌 80조 개정과 관련한 이재명 당 대표 후보 방탄 논란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현행 최고 의결기구인 전국대의원대회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위에 두는 쪽으로 당헌 수정을 밀어붙이면서 민주당의 사당(私黨)화 논란이 연일 뜨겁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 측이 소위 '개딸'(개혁의 딸)로 지칭되는 강성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팬덤 정치를 강화하려는 사당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는 반면 소수의 대의원이 아닌 당원들에게 더 큰 권력을 주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이번 논란은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지난 19일 당헌에 '당의 최고 대의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한다'는 신설 조항을 전격적으로 통과시키면서 촉발됐다.

신설 조항에 따르면 당의 합당과 해산, 특별 당헌·당규 개정·폐지 등에 대해 권리당원 전원투표가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우선한다. 안건 발의는 권리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만으로 가능하고, 중앙위원회 재적인원의 3분의 2 이상 의결로 부의한 안건에 대해서 권리당원 전원투표가 가능하도록 했다. 

비명계는 1만 6000명 정도의 대의원엔 구주류인 친문(친문재인)이 많고 120만 명 정도의 권리당원엔 '개딸'이 많아 '이재명 사당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당이 극렬 팬덤에 좌지우지되면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심해져 민심과 동떨어진 '팬덤 포퓰리즘' 정치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23일 "민주당이 민심과 멀어져 고립된 성에 갇힌 '개딸 정당'이 될까 봐 무섭다"며 "전당대회도 재적 대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되는데, 신설 조항은 30%만 투표에 참여하면 된다. 산술상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 당규엔 전 당원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중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돼 있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약 120만 명 가운데 16.7%인 약 20만 명만 있으면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응천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요즘 이 후보는 '당원의 생각과 여의도 생각이 다르다. 이는 민주당이 비민주적인 정당이란 뜻' 등의 말을 많이 했는데, 결국 '권리당원 전원투표' 역시 이 후보 뜻에 따라 갑자기 신설된 것"이라며 배후에 이 후보가 있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이어 "독일은 국민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독재자 히틀러의 국민투표제 악용 경험 때문"이라며 "직접민주주의는 숙의를 거치기 어렵다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고 했다.

앞서도 지적했듯 문제는 시기다. 왜 하필 이재명 대표 체제가 확실시되는 시점에 방탄용 당헌 개정 추진과 권리당원 전원 투표제를 이 후보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당 지도부가 꽃길을 깔아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느냐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민주당이 장악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가 22일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민주당은 앞으로 진정한 당원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당원의 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100만 명 정도인 권리당원 규모를 20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한 발언 역시 '권리당원 전원 투표제'가 누구를 위해, 그리고 누구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위태로워 보인다. 

공당인 정당이 특정인만을 위해 운영된다면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이재명'도 지지하지 않은 중도층이 과연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지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